“피해자의 회복과 공동체의 안전이 먼저”…5월 20일까지 동의 서명 진행
KBS가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의 과거 성비위 징계와 주임신부 복귀 문제를 보도한 가운데,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예여공)이 성명을 내고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예여공은 가톨릭 신앙 안에서 여성의 경험과 교회 안팎의 성평등 문제를 함께 공부하고 성찰해 온 신자들의 모임이다.
KBS, “성비위 정직에도 주임신부로 복직” 보도
KBS는 5월 6일, <[단독] ‘성비위 정직’에도 주임신부로 복직…항의하자 ‘그동안 참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서울대교구 소속 한 사제가 과거 여성 신자를 상대로 한 성비위 문제로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서울의 한 본당 주임신부로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피해를 호소한 A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성당을 다녔고, 20대 초반이던 2007년 성당에서 봉사 활동 중, 보좌 신부였던 B 신부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B 신부는 음주 금지와 근신 처분을 받았다.
16년이 지나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의 남편이 성당에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B 신부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초 A 씨 부부는 성당 인사 발령문에서 주임신부 복귀 사실을 알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A 씨 부부가 다시 면직을 요구하자 “그동안 해당 신부에게 참회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KBS는 "서울대교구는 B 신부가 2007년 당시 3명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건 스스로 인정했다면서도 피해자 주장처럼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두 차례 인사 조치가 이뤄진 사안이며, 회개와 반성의 시간을 보낸 사제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회복 없는 교회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
예여공은 보도 이후 '사제 성폭력 피해 호소 및 사목 복귀 보도에 대한 예여공 성명서 —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한 교회를 요구합니다'를 발표했다. 예여공은 성명에서 “무엇보다 먼저, 오랜 시간 고통을 견디며 다시 목소리를 낸 피해자와 그 곁을 지켜 온 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 내 성폭력은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한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신앙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예여공은 이번 사안의 모든 사실관계를 알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KBS 보도로 드러난 문제는 단지 사제 개인의 일탈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 마련해야”
예여공은 성명에서 서울대교구와 한국천주교회 지도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서울대교구는 이번 보도와 관련한 해당 사제의 인사 조치를 피해자의 고통과 회복,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둘째, 한국천주교회는 모든 구성원이 신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성폭력·성비위 사건 처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예여공은 이 절차가 독립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피해자 보호와 공동체의 안전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각 교구와 주교회의가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여공은 “시노드적 교회는 상처 입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교회여야 한다”며 “피해자의 회복 없이 교회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고 밝혔다.
SNS와 구글폼으로 동의 서명 진행
예여공은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10일간 누리 소통망과 구글폼을 통해 성명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예여공은 수집된 동의 인원과 공개 동의 명단을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관련 부서, 언론 등에 전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예여공은 이번 서명운동이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회복, 공동체의 안전, 교회 내 성폭력·성비위 사건을 다루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절차 마련을 요구하는 신자들의 연대 표명이라는 것이다. 성명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인용하며 마무리된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코린 12,26)
서명 참여 링크: https://forms.gle/m16HRACcnFKVENS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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