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수녀원에 입회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읽은 책이 소화데레사 성녀의 자서전이었습니다. 제 수도생활의 지표가 되어준 책이라고 할 정도로 저는 거기에 푹 빠져들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소화데레사의 책은 모조리 골라 읽었습니다.
소화데레사의 작은 길,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
그것은 바로 하느님과 나만이 알 수 있는 사랑의 속삭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지만 소화데레사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사랑의 제물로 봉헌을 했습니다. 그래서 소화데레사를 보며 다른 수녀님들은 게으르다고도 했고, 아무 재주도 없는 사람이라며 무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소화데레사는 그런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기예수님께 선물로 드렸지요. 그런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저도 소화데레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보니, 제가 있는 수도회는 봉쇄수도원이 아닌 활동수도회였습니다.
그때부터 봉쇄수도원에 가고 싶어 얼마나 간절히 소망을 했던지요. 꼭 갈멜이나 글라라회같은 엄격한 봉쇄수도회에 들어가야 제가 소화데레사처럼 성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추운 겨울에 봉쇄수녀님들 흉내내면서 쉐타도 안 입고 다니고 추위도 참으며 전혀 표시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 때 문득 기도중에 떠오르는 것이 내가 지금 참는것이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해 참는 것인지, 아니면 봉쇄수녀들을 닮고 싶어서 참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제 마음은 후자였습니다. 단지 닮고 싶다는 마음 하나에서 모든 것을 참았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겠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때 제 주위를 둘러보니, 제가 있는 곳은 바로 활동수도회였고,
제겐 활동수도회의 수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느님께서는 더 기뻐하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그 뒤부터는 꼭 갈멜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과감히 버리고, 활동수도회에서의 소화데레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것은 마음으로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기쁘게 해드리는 것,
한번의 부딪침도 사랑으로 용서하고 봉헌하면 그것이 바로 소화데레사와 같은 사랑을 예수님께 드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불완전하지만 어린 수녀의 꼼지락거림을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받아주시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심을 늘 보고 느끼고 있지요. 진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있는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해 드리는 것, 그것이 전부인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