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처참한 꿈이여 다시 한번

글쓴이 :  윤영기 루까님이 2018-12-06 07:48:21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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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꿈이여 다시 한번

                                                                                  오 기순 (은퇴신부  )

                                                                                 

주님을 내안에 사시게 못한 죄 많은 노사제이지만 죽음만은 주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내 머리에 뭔가 잘못이 있는지, 남들은 그렇게도 흔히 꾸는 꿈을 나는 70평생 단 한 번도 꾸어본 일이 없어요. 그러나 사제로서의 비장한 꿈은 남몰래 간직하며 살아왔어요.

40년 전 모든 성인의 호칭기도가 안개같이 성당 안을 맴돌 때 나는 제단 앞에 부복하고 있었어요. 그 때 내 가슴이 뭉클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사제가 되겠다고 일본 중국 소련 체코 폴란드 로마 불란서 인도 아프리카 싱가폴 봄베이 홍콩 등지로 쏘다니며 겪었던 천신만고를 회상하는 비통의 눈물은 아니었어요. 꽃다운 청춘을 주님께 바치는 아쉬움의 눈물도 물론 아니었어요. ‘제 2의 그리스도’ 인 사제가 된다는 감격의 눈물도 아니었어요. 몇몇 여성들이 애타게 호소하는 사랑을 외면했던 안타까움의 눈물도 아니었어요.

오직 “ 나는 죽었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신다 ” 고 말씀하신 사도 바오로의 심정이 내 가슴을 그렇게도 강렬하게 후려갈긴 때문에 너무도 감격해서 그렇게 걷잡을 수 없도록 뜨거운 눈물이 흘렀던 거예요.

“ 그리스도를 내 안에 사시게 하기위해 나는 이 순간에 죽어야 한다. 아니 꼭 죽는다. 내 일평생 내 안에 주님이 사시기 위해 나는 평생을 죽어야만 한다. ” 이렇게 거듭 다짐을 하였어요. 그러면서 나는 주님이 못 박히신 그 같은 십자가에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혔노라 하신 그 처절한 심정을 내 가슴에 안고 통절히 울었어요.

살아생전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기 위해 나 자신을 죽이며 살다가 끝내는 그리스도와 같이 같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자! 이것이 나의 처참한 꿈이었어요.

사제생활 40년 70고령이 된 오늘 그 처참한 꿈을 다시 회상하며 나는 참회의 눈물을 남몰래 흘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을 내 안에 사시게 못하고 추악한 인간인 오 기순 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내 안에 사시며 오늘에 이르렀다면 나는 주님의 말씀만을 해야 했고, 주님이 보시는 것만 봐야했고, 주님이 생각하시는 것만 생각해야 했고, 주님이 원하시는 것만 원하고, 주님이 행하신 것만 했어야 했어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못하고 살아왔어요. 주님을 내안에 사시게 하기위해 죽는다던 내가 40년 간 주님을 내 안에서 몰아내고 추악한 인간 오 기순 이 살아왔으니 이는 주님에 대한 너무나도 무서운 배신이요, 포악한 배반이라 아니할 수 없어요. 하찮은 인간이 지존하신 주님을 반역했으니 이 어찌 무섭지 않고 떨리지 않을 수 있나요. 목숨을 걸고 주님만을 섬기며 사랑한다던 내가 정작 나는 죽지 않고 오히려 주님을 죽이며 살아왔으니 이 어찌 무서운 사랑의 반역이요 살신의 죄악이 아니겠나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남몰래 전신을 떨며 체읍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처절하게 죽으신 그 십자가를 내 가슴에 꽉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울부짖습니다. 사제생활 40년 간 비정하게도 주님을 내 안에서 몰아내고 추악한 나만이 살아온 나이기에 처절한 뉘우침을 가슴에 안고 처참하게 죽으신 주님을 올려다 봅니다. 주님을 내안에 사시게 못한 죄 많은 노사제이지만 죽음만은 주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상에서 처참하게 죽으실 때, 만민의 죄악을 대신해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그 생명을 성부께 바치셨듯이 나도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 주님과 같이 내 생명을 만인의 구원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이래야 주님과 같이 같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십자가의 끔찍한 죽음의 되풀이가 되는 미사를 올리며 바칩니다. 미사를 올릴 때마다, 나는 지금 주님과 같이 같은 십자가에 처참하게 못 박혀 죽습니다. 하는 심정으로 혼자 조용히 미사를 올립니다. 상처투성이인 주님의 몸을 이뤄 높이 올려들고, 주님의 피를 이뤄 성작에 가득히 담을 때마다 주님과 같이 죽는 무섭고도 뜨거운 사랑을 내 가슴이 뛰도록 느낍니다.

만민의 죄악을 속죄하기위해 주님의 상처투성이인 그 몸을 다시 이뤄야합니다. 만민이 영생을 누리게 하시려고 죽으셔야했고 부활하셔야 했듯이, 이 미사는 세상마칠 때까지 계속되야합니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이 처절한 미사성제를 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 미사를 올리지 못하고 죽을 때 나의 처참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살아생전 그리스도를 내안에 살게 하려던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났어도 주님과 같이 같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고 말겠다던 처참한 꿈을 꼭 이루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처절한 죽음의 반복인 미사를 올리며 올리며 살아가렵니다. 이는 처참한 꿈의 실현을 나날이 쌓아가는 때문입니다.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주님을 내 안에 살리기 위해 나는 철저히 죽고 끝내는 그 주님과 같이 같은 십자가에 매달려 처절하게 죽어야하는 그 끔찍한 꿈을 다시 한 번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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