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김수환 추기경이 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글쓴이 :  나눔지기~♡님이 2005-04-03 21:00:52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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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재위 25돌] 김수환 추기경이 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한 '진정한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진설명)
1. 5월 6일 103위 시성미사를 주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보다 많은 신자들과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자 김수환 추기경 안내로 제단을 내려서고 있다.

2. 5월 3일 방한 직후 절두산 성지순례에 이어 가톨릭대학교를 방문, 도착미사를 봉헌한 후 신학생들을 일일이 포옹해주고 있는 교황.

3. 2001년3월24일 교황청에서 사도좌 정기방문중인 한국가톨릭교회 주교단과 함께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중앙). 당시 한국주교회의 의장 박정일(왼쪽)주교가 주교단을 대표해 교황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25주년을 바라보는 김수환 추기경의 감회는 남다르다. 교황 재위 상반기 부분에 해당하는 84년, 그리고 89년, 두차례에 걸쳐 교황의 한국방문을 이끌어내고 교황의 방한일정을 함께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교회 사랑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김추기경은 '온 세상을 하나로 묶는 엄청난 지도력'을 가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모두를 하느님께로 인도한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함축해서 표현했다.


"세계가 점점 세속화하고 가치관이 무너져 개인이나 국가가 확실한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하느님 말씀으로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16일로 피선 25주년을 지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김수환 추기경의 소회다. 김 추기경은 또 "누가 될지 모르지만 후임 교황님은 굉장히 힘드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누가 현 교황처럼 세계 곳곳을 사목방문하고 또 온세계를 하나로 묶는 엄청난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무엇보다도 '인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세계 평화를 위한 모든 정답을 그리스도로부터 구했으며 그분의 모든 가르침과 생각, 말씀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계셨다"고 설명한 김 추기경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한 '진정한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초 당시 교황이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으로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헌 준비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시아대표로 참석한 나는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 옆에 앉게 되었는데, 그분의 명석하고 뛰어난 능력에 놀라워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토론에 참여하면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눈으로는 책을 읽고 귀로는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죠. 토론 중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당신 의견도 발표하곤 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보고 참 놀랐습니다."



첫 만남에서 이처럼 깊은 인상을 받았던 김 추기경은 1978년 10월16일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과 관련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피선된 뒤 참석한 추기경들과 한 사람씩 인사를 할 때였습니다. 당시 너무나 짧은 재위 기간을 기록한 전임 요한 바오로 1세를 생각해 볼 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교황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교황님 건강을 위해서 수영장이 하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황님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좋아하시면서도, 손으로 당신의 뒤를 따르는 비서진들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그런데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어보이셨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뜻을 받아들셨는지 1~2년 후 교황님은 여름 별장지인 카스텔간돌포에 수영장을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일자 교황님은 '수영장을 만드는 비용이 교황이 서거해서 콘클라베를 열고 취임식을 하는 비용보다는 적게 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김 추기경은 며칠 후 10월22일 교황 취임식에서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는 1984년 결실을 맺었고 1989년 서울 성체대회 등 두 차례 한국 방문으로 이어졌다. "교황님께서 1984년 처음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에 저에게 '교황 피임후 나를 가장 먼저 초청해 준 사람이 당신이야' 하면서 저의 방문 요청을 기억하고 계셨다"고 김 추기경은 회상했다.



김 추기경은 또 교황이 취임식에서 추기경과 인사를 나눌 때 북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산권 국가였던 폴란드 출신인 교황은 한국이 분단국가인데다가 북한이 '침묵의 교회'로 남아있는 현실을 가슴아파하면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임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재위 1978년 8월26~9월28일)와 그 선대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을 모두 만난 김 추기경은 선임 교황들에 대해 "요한 바오로 1세는 재위 기간이 워낙 짧아 함께 할 시간이 없었고, 바오로 6세는 나를 주교품에 올려주시고 최연소 추기경에 서임해 주신 분으로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나같이 못난 사람을 주교로,또 추기경으로 서임해 주신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하면서 "바오로 6세가 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요한 바오로 2세는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선지 형님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위원회 주교회의 의장으로, 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장으로 두번의 방한기간 중 최 측근에서 교황과 함께한 김 추기경은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해 주셨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쁜 일이었기에 어려운 점도 없었고 힘든 줄도 몰랐다"면서 "다만 교황님이 더 오래 머물지 못하신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한 당시 김 추기경이 감동했던 일화 하나.



"1984년 5월 교황님이 방한하셨을 때 광주, 대구 등지를 가려고 특별기를 함께 탄 적이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교황님께서 측근들과 몇 마디 나누시고는 곧장 성무일도를 펴고 기도를 시작하셨지요. 뒷칸 수행 비서들도 각각 자리에서 성무일도를 바쳤습니다. 비행기가 성당이 된 듯했습니다. 교황님께서 순례하는 마음으로 항상 기도하시면서 해외사목방문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지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84년 한국 방문 당시 103위 시성식 미사를 한국어로 집전, 김추기경과 전 한국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까지도 감동의 물결로 몰아넣은 바 있다. 당시 교황의 한국어를 지도한 교사는 장익신부(현 춘천교구장 주교). 장신부는 교황의 한국방문을 대비,교황의 모국어인 폴란드어 알파벳으로 한국말 발음을 적어 교황의 한국어 공부를 도왔으며 당시 배운 교황의 한국어는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신자들을 감동케하고 있다. '찬미예수'와 '감사합니다' 등 교황청에서 한복입은 한국인을 보거나 한국인의 알현을 받을 때면 여전히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교황의 한국어 실력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인도 뉴델리 아시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헌 발표 때에,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01년 3월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축복식 때에 교황을 알현한 김 추기경은 "성당을 가득 메운 한국 신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신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는 열정적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계셨다"고 말하고, "교황직에 즉위했을 때에는 박진감 넘치는 지도력을 가진 분이셨는데, 25년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너그러워지는 깊이를 교황님에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교황님이 영육간에 건강하실 수 있도록 신자들의 많은 기도를 바란다"고 당부한 김 추기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25주년 기념행사와 추기경 회의 참석을 위해 12일 로마로 출국했다.



<평화신문, 제744호(2003-10-19), 조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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