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순 제2주일/평생의 과제,변화/말씀자료:양승국 신부

글쓴이 :  원요아킴님이 2017-03-11 05:46:47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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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태오. 17,1-9)

★ 오늘의 묵상 ★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 속에 계시더라도,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쾰른의 어느 어둡고 습한 지하 동굴에 누군가가 새겨 놓은 글입니다. 먹구름 뒤에 찬란한 태양이 있음을 믿듯이, 전쟁의 어둠과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믿는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셔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눈부신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먹구름 너머에 언뜻 찬란한 태양이 비추듯,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그 너머에 부활의 찬란한 영광이 있음을 잠시 보여 주신 사건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비행기를 타 보면, 지상과는 달리 구름 위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고 있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운해(雲海)가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이 먹장구름처럼 몰려오고 폭풍우에 휘말려 들 때도, 우리 삶 한 겹 바로 저 너머에 찬란하고 아름다운 부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어떤 어둠 속에 있을지라도, 주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찬란한 영광, 그 부활의 영원성을 우리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살아야겠습니다..




★ 복음 묵상 ★


평생의 과제, 변화

남도의 한 명산(名山)으로 공동체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주능선에 오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산세는 저희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적막함, 포근함, 완벽한 평화만이 그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정겨운 장소를 뒤로 하고 산을 내려오기란 쉬운 일 이 아니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산을 내려오던 길에 저는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곳 절경을 조금이나마 제 마음에 담아 두고 자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몇 달 그 적막하고도 포근한 골짜기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자, 이제 산을 내려가자"는 예수님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신앙 선조인 모세, 예언자 중 예언자인 엘리아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평화, 달콤한 휴식을 꿈꾸던 베드로 사도를 향해 외치던 예수님 음성. "베드로야!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산을 내려가자!"는 예수님 음성은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것이었겠지요.

인간이 지닌 여러 습성 중에 모질게도 질긴 것이 안주 본능입니다. 저희 같은 수도자들도 늘 떠나야 됨을 잘 알면서도 떠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산정(山頂)의 고요와 평화를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으로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때론 죽기보다 싫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끝까지 산꼭대기의 신비스럽고 황홀함 만을 고집하며 그 곳에 머물고자 할 때, 우리는 다시 한번 베드로와 같은 '왕 사오정'이 되고 말 것입니다.

피정을 끝낸 우리, 주일미사를 마친 우리, 묵주기도를 끝낸 우리가 이제 가야 할 곳은 저 깊은 곳, 저 험난한 세상 한가운데입니다. 시끄럽고 냄새나고 지저분한 저잣거리 그 한가운데입니다. 우리가 또 다시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할 일상입니다. 지긋지긋하지만 또 다시 걸어가야 할 멀고도 먼 신앙 여정입니다.

64살에 대학생이 된 분이 쓰신 수기를 읽었습니다. 이 분은 어린 시절, 심한 홍역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게 되었습니다. 50살을 훌쩍 넘긴 어느 해, '늦었다고 생각

하는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입니다' 란 말에 크게 자극받은 그분은 용기를 내어 만학(晩學)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억력 감퇴, 부끄러움, 끝없는 낙방을 딛고 차근차근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갔습니다.

남들은 '이제 고생할 만큼 고생했으니 이젠 조용히 여생을 즐겨야지' 하고 뒤로 물러설 나이에 이 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설레 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산에 오르신 예수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 부시 게 변했습니다. 또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은 나자렛에서 숨은 생활, 그리고 공생활을 거치면서 끊임없는 변모를 추구하십니다. 육적 삶에서 영적 삶으로, 인간 예수에서 메시아인 그리스도로 점차 건너가십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위에 소개해드린 만 학도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 하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구도자는 언제나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한평생 추구해야 할 일은 예수 그리 스도를 본받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세례받은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내적 성장이 없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습 니다. 수도자가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 안위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다시 또 없 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평생 추구해야 할 가 장 큰 과제는 변화를 위한 노력입니다. 육적 인간에서 영적 인간으로 변화, 암흑과 죄의 상태에서 광명과 부활의 상태로 변화, 이기적이고 자기 폐쇄적 인간에서 이타적이고 모든 이와 세상을 위해 개방된 인간으로 변화. 이런 변화 노력이 지속될 때,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 허물을 말끔히 벗고 하느님 자비와 평화의 나라로 건너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매일 꾸준한 내적 성장과 쇄신의 노력을 통해 나날이 변화해 그 결과 주님께 온전히 합일되길 바랍니다.

성인(聖人)이 우리와 다른 한 가지 특징은 부단히 어제의 나 자신을 떠나 끝없이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될 수 있나요?"하고 노랑 애벌레가 생각에 잠겨 물었습니다. "한 마리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 그것은 가능한 것이란다." 나비가 되고자 나뭇가지에 매달린 늙은 애벌레가 말했습니다.(트리나 폴러스 저, 「꽃들에게 희망을」 참조).


[말씀자료 : 양 승국 신부 I 편집 : 원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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