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연중 제6주일/우리가 구원되는 이유/양승국 신부

글쓴이 :  원요아킴님이 2015-02-14 11:34:35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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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마르코 1,40-45)

우리가 구원되는 이유 ---------------양승국신부-


의료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변변한 치료제도 없던 예수님 시대였습니다. 병에 취약한 유아나 어린이들의 사망률이 엄청 높았고, 평균 수명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이라도 한번 돌았다하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악성 피부병이나 나병에 걸리게 된 사람은 그걸로 인생 끝이었습니다. 마땅한 치료약도 치료소도 없던 당시 격리만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책이었기에 나병에 걸리는 순간 인간 세상을 등져야만 했습니다. 성 밖으로 한번 추방된 나병환자들은 여생을 성 밖 멀리 떨어진 토굴 속에서 추위에 떨며 짐승처럼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들이 성안으로 들어오면 사람들은 멀찍이 피해가거나 돌을 던져 접근을 막았습니다. 나병환자 본인들도 길을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크게 외쳤습니다. “나는 부정 탄 사람입니다.”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겠지요. 참으로 비인간적이고 어처구니없는 규정이었겠지만 그때 당시 나병환자들은 다들 그렇게 상처 입은 들짐승처럼 그렇게 비참하게 살다가 최후를 맞았습니다.

율법은 어떻게 해서든 보통 사람과 나병환자들의 접촉을 막았습니다. 보통 사람이 나병환자의 몸을 만지거나 손대는 것도 금지시켰습니다. 함께 말을 섞거나 같이 식사하는 것도 절대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보시는 바처럼 예수님께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병 환자와 같은 공간에 계셨으며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환부에 손을 대시며 치유활동을 펼치십니다. 엄밀히 말해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어기신 것입니다.

거의 죽음의 문턱 바로 앞까지 나아갔다가 은혜롭게도 예수님을 만나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나병환자는 어떻게 보면 부분적이고 한시적이나마 구원을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나병환자를 치유하신 배경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그가 젊어서부터 나병에 걸렸기에 뭔가 특별하게 사회를 위해 공헌한 바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하느님께 이렇다 하게 봉헌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그가 치유 받고 구원받은 큰 이유는 아마도 그가 지니고 있었던 근원적 결핍 때문이 아닐까요? 그가 지니고 있었던 측은함,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이 너무나 가엾었기에 예수님의 손길이 자동으로 그에게 다가갔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치유된다면, 오늘 우리가 한시적으로나마 구원을 체험한다면, 그리고 언젠가 궁극적인 구원이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온다면 그 이유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우리가 뭐 특별한 일을 해서라든지, 대단한 공로를 쌓아서 라든지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안타까운 이 현실,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살아가는 부족함, 상시적으로 끼고 살아야 하는 결핍과 측은함으로 인해 우리가 구원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 충만한 하느님 은총 안에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세는 오직 한 가지, 나병환자가 보여준 모습입니다.

우리의 부끄러움, 우리의 감추고 싶은 환부, 우리의 이 수치스런 죄를 계속 깊숙이 감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솔직한 모습, 현재의 이 고통을 가감 없이 하느님께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치는 것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니고 있는 나병은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도 나병환자처럼 부끄럽지만, 송구스럽지만 있는 그대로 우리가 지니고 있는 환부의 상처를 그분께 보여드립시다. 그리고 그분 자비의 손길을 기다립시다.



편집 - 원 근 식 요아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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