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향하는 동시에 가나안을 향하여

[사순 제5주일]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2019.4.7

제1독서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나의 백성에게 물을 마시게 하리라.>

▥ 이사야서  43,16-21

제2독서 <그리스도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을 것입니다.>

▥ 필리피서  3,8-14

복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 요한  8,1-11

광야를 향하는 동시에 가나안을 향하여

세상의 자연을 보면 메마른 곳이 있고 풍부한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메마름이나 풍부함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메마름이나 풍부함을 통하여 수많은 것을 이루시죠.

특히 인간들에게 주시는 은총도 메마름의 은총과 풍부함의 은총을 주십니다.

이스라엘을 광야로 이끄시는 동시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끄시는 모습이 대표적이죠.

이 과정에서 생명을 채워주는 것도 있었고 죽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완성시켜나가십니다.

즉 어떠한 것을 통해서든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들을 완성시키는 길로 이끄십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하느님의 섭리를 바라보며 수많은 하느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죄가 작용하여 나누게 됩니다.

완성된 것과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말이죠.

그리고 완성된 것을 찬양하고 완성되지 않은 것을 천시합니다.

이는 풍부함을 찬양하고 메마름을 천시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 결과 죄인이라는 개념이 나타납니다.

오늘 그 죄인이 하나 원죄로 인해서 끌려옵니다.

그때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메마름과 풍성함이 결정되는 동시에

하느님의 결정에 따라서도 메마름과 풍성함이 결정됩니다.

많은 영성가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때는

메마름이 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하느님의 섭리를 통해 바라보았을 때 영적인 메마름도 이야기하죠.

우리가 완성을 향하는 중에는 다양한 이유로 풍성함과 메마름이 반복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저 질문에 대답을 하셨습니다. 저들이 이해를 못해서 그렇죠.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여러분들은 땅에 그림을 그려보셨나요?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이 계단에 앉아서 몸을 굽혀서 그림을 그려봅시다.

보통은 여러분이 저 멀리까지 손을 뻗어서까지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편하게 손이 닿는 곳까지 그리죠. 그 범위가 넓었나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그리더라도 그 그림은

새로운 것이 그려지는 동시에 과거의 것이 지워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즉 이 대답은 인간의 완성 과정은 창조와 무너짐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메마름과 풍부함이 반복됩니다.

인간의 시선으로 무너진 것만을 바라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 섭리 안에서 완성의 과정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께서는 이 섭리를 깨달으셨습니다.

그는 무너진 것을 바라보지 않고 창조되는 것을 바라봄으로써

무너짐과 동시에 창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말씀을 하시지만 단죄하려는 이들은 이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더욱 구체적으로 선언하십니다.

그들이 줄곧 물어 대자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너희 중에 메말랐던 적이 없는 이,

넘어진 적이 없는 이,

무너진 적이 없는 이,

죄를 짓지 않은 이가

삶의 모든 것에서 죄 없는 이가 지금 이 순간에 죄 없는 이가 단죄를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모든 이가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완성된 이가 없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모두 같은 이라고 말씀하신 것이죠.

우리의 신앙이 무엇입니까? 하느님 나라가 이미 왔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모든 이가 하느님과 함께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가 누구에게 완성되지 않았다고 단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많은 이들이 깨닫습니다.

아니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상기 시키죠.

지금 자신은 완성된 것이 아니란 것을 말이죠.

자신이 완성된 것 마냥 하느님과 인간관계에서 스승노릇을 하던 이들이 사라지면

오로지 예수님과 인간만이 남습니다. 그 안에서 관계가 형성됩니다.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그 여자에게,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 여자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자신의 의지로만 용서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도 메마른 것을 보시고 그 안에서 창조를 이루시는 분입니다.

오직 메마름이 없으신 하느님만이 메마름을 단죄하실 수 있지만

그분께서는 창조를 이루십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

메마름을 향하여 울며가던 이들은 풍성함을 받아 환호하며 돌아옵니다.

하느님을 통해서 우리는 메마른 동시에 풍성함을 받아갑니다.

무너짐을 겪지만 창조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이스라엘은 광야를 향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나아갑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의 형제가 광야에 있다고 칩시다.

그때에 여러분은 그 형제를 광야에 못 박아 버리는 것이 옳은 것입니까?

광야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까?

전자의 목적은 하느님 섭리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며 인간 안에서만 이해됩니다.

그저 도토리 키 재기와 같이 완성의 과정에서 내가 더 풍성하다고 자랑하기 위한 것뿐입니다.

그러나 후자는 하느님의 섭리에 참여하는 길입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영광을 보며 그 섭리에 참여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영광을 통하여 또다시 원죄로 향하여 선과 악을 가르는 사람입니까?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너그럽고 자비로우니 이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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