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5주간 수요일]
<기뻐하며 주님의 집으로 가리라.>
2019.5.22
제1독서 <할례 문제 때문에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올라가기로 하였다.>
▥ 사도행전 15,1-6
복음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 15,1-8
올바른 인도자는 출발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비유를 하나 들겠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었습니다.
목적지를 명확히 하자면 여러분이 서울에서 출발해서 대전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내 출발지인 서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천에서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 네비게이션은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것일까요?
다른 경우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서울에서 대전에 가야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네비게이션 말을 안 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무조건 서울에서 출발해야한다고 한다면 그 네비게이션은 정상일까요?
올바른 인도자는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서
목적지를 향하게 하며 가야할 방향을 알려줍니다.
이런 비유를 한 것은
우리의 신앙은 주님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도록 말씀드린 것입니다.
기뻐하며 주님의 집으로 가리라.
그리스도교를 마주할 때 여러분의 삶의 자리가 있습니다.
또 신앙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신부님이 다르며,
배우는 기도가 다르고, 깨닫는 순서도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영적지도자는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것이 시작점이라 알려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떤 사제가 관상기도를 하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향에 돌아온 사제는 어머니가 염경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제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죠.
“어머니 아직도 수준 낮은 염경기도를 하고 계십니까? 제게 관상기도를 배우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과의 관계를 맺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사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이미 염경기도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염경기도를 하면서 제 마음을 비우면서, 주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서도 제 마음을 들으십니다.”
이 이야기에서 사제의 태도는 바리사이에서 그리스도를 믿은 이들과 같았던 것입니다.
유다에서 어떤 사람들이 내려와,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형제들을 가르쳤다.
사제는 무엇을 잘못 알았던 것일까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중요시 한 것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아닌 자신의 노력인 관상기도였던 것입니다.
사실 사제든 어떤 그리스도인이든 하느님께 향한 신앙인을 인도할 때
참된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향하게 하는 것 외에 인도할 방법이 없습니다.
나 자신 또한 함께 가는 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출발지는 그리스도이며
과정도 그리스도이며
그 목적지도 그리스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께 내맡기는 길 외에는 소개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걸은 길로 내가 앞섰다고 생각하며 내 길을 상대에게 강요합니다.
나는 인천에서 출발했지만 상대는 서울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보지 못하고 말이죠.
영성신학에서 식별할 때 영적 진보와 퇴보만 이야기합니다.
그 누구도 앞섰다고 또 누구도 뒤쳐졌다고 식별할 길은 없고
단지 하느님을 향했다 아니다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앞선 이라도 하느님께 향하지 않고 뒤 돌은 이는 영적퇴보자이며
아무리 처음 시작하는 이라도 하느님을 향한 이는 영적진보자입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길을 걸었다 할지언정
그리스도가 아닌 내가 걸은 길을 향하는 이는 어떤 이일까요?
영적퇴보자입니다.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은 것을 깨달은 이가
자신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시작하려 한다면 어떤 이일까요?
영적퇴보자입니다.
그가 하느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향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지금 이 순간 그 자리에서 하느님을 향하는 이가 영적진보자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무에는 수많은 가지가 달려있습니다.
그 가지들은 모두 나무에서 시작합니다.
또한 나무에서 영양분을 받아 자라나며 나무의 열매를 맺습니다.
같아 보이지만 그 가지들은 모두 다른 곳에 달려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 시기도 다르며 가지 쳐지는 시기도 다릅니다.
하느님을 향하는 길을 옳은 것에서 시작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향함으로서 시작하고,
하느님께 의지함으로서 가지를 자라게 하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열매를 맺으십시오.
신앙의 삶에서 하느님께서 나에서 주신 삶의 길로 나아가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이 혹시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여러분이 하느님께 향하는 그 자리에서 당신의 섭리를 펼치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열매를 맺으십시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 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네이버블로그 양 세마리의 잡생각들 https://blog.naver.com/crodei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