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사랑, 가능하던가요?

양승국 스테파노신부 2025/06/16 오후 11:58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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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사랑, 가능하던가요?

한 아이가 저희 집에 왔었는데,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웬수가 따로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부모님과 온 가족이 매일 울고 지냈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랬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직 제대로 가공이 안 되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애들이 대체로 대기만성형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 잘 견디시면, 이 아이 정말 크게 될 것입니다. 이 아이는 머지않아 가문의 대들보가 될 것입니다.”

나름 위로를 드린다고 그런 희망의 말씀을 드리지만, 별 도움 안 되는 제 말에 그냥 웃어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성령의 바람이 한번 휘몰아치면 사람 바뀌는 것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끝까지 희망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어려운 원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주님께서 그토록 간절히 원하시는 원수 사랑, 시도는 한번 해보셨나요? 쉽던가요? 어렵던가요? 그런데 그 웬수가 저 멀리 시드니나 런던에 있으면 어떻게 한번 해볼 텐데,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번 시도해봤습니다만, 의미 없는 노력,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우리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 원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순교자들이 그 혹독한 박해의 순간을 잘 넘기고 놀라운 순교의 영예를 누리게 된 가장 큰 비결이 무엇인지 묵상해봅니다. 그 비결은 인간의 힘에 있지 않고 주님 현존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놓치지 않고 그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것은 절대로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역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비결은 일상의 작은 기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대별로 이루어지는 성무일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 기도를 충실하게 하는 것, 특히 틈틈이 수시로 바치는 묵주기도는 주님 현존 안에 살아가기 위한 더없이 좋은 도구일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을 촘촘하게 기도로 짜고 또 짤 때, 우리는 하루 온 종일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만이 순교가 가능하고, 그때 원수 사랑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수 사랑은 이 시대 또 다른 순교입니다. 그냥 맨정신으로는 원수 사랑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도 속에는 기적이 가능합니다. 매일 매 순간 우리 손에 묵주를 쥐고, 하루 온 종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정성껏 묵상할 때, 우리는 하루 온 종일을 주님 현존 속에 머물게 되고, 그때 또 다른 순교인 원수 사랑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시로 주님께 쏘아 올리는 화살기도 역시 주님 현존을 우리 매일의 삶속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불러오고 연장시키는 탁월한 도구입니다.

순교자들은 혹독한 고통과 죽음의 위협 앞에 끊임없이 묵주를 돌리면서, 수시로 화살기도를 쏘아 올리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의 삶 속에 굳건히 현존하심을 기억했습니다. 그 결과가 영예로운 순교였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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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맑은물 (2025/06/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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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서홍준 안셀모 📱 (2025/06/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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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주님의 현존 안에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urlssigu 📱 (2025/06/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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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나를 천천히 부식시키는 물과 같습니다.
마시지 않아도, 젖지 않아도
어느 날 내가 썩어버린 것을 깨닫게 하는 물.

양승국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아이 하나가 집에 왔고,
그 아이는 부모에게 거의 원수와도 같은 존재였다고요.
매일 눈물로 지새우는 가족에게
그분은 ‘이 아이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선물’이라 말하셨습니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대기만성의 언약처럼 다가온 선물.

그 말은, 단지 위로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절망의 한복판에서도
희망을 쥐고 놓지 않는 이의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가장 용서하기 어려운 대상은
멀리 있는 적이 아니라
너무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원수 사랑은
거리와 시간, 혈연과 일상 속에
조용히 숨어들어온 고통이란 걸.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냥 맨정신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분의 정직함이, 우리를 정면으로 부딪치게 만듭니다.
사랑은 명령이 아니라
하느님 현존 안에서만 겨우 숨 쉬는 선택입니다.

기도는 그 현존에 이르는 길입니다.
성무일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의 짧은 기도,
그리고 손안의 묵주 하나.
그 모든 것이 삶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엮어
하느님의 시선 안으로 데려다줍니다.

그러니 신부님은 말합니다.
“원수 사랑은 이 시대의 또 다른 순교입니다.”

기도 안에서만 가능한,
주님의 숨결 안에서만 겨우 피어나는
한 송이의 용서.
그 한 송이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내 마음의 흙은 분명 달라집니다.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깊게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배워가는지도 모릅니다.
미움에서 사랑으로 향하는 방향을.
기도 속에서만 들리는
주님의 발걸음 소리를.

그리고 그 발소리가
오늘도 내 어두운 마음 한쪽에
조용히 불을 밝혀주시기를,
마음속 깊이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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