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옛 시대의 너울을 벗깁시다!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2017-05-04 10:28 ... 조회(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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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옛 시대의 너울을 벗깁시다!

사도행전 말씀 가운데, 초대교회 첫 일곱 부제 가운데 한 분이셨던 필리포스와 에티오피아 여왕 칸다케의 내시와의 만남 장면은 언제 들어도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내시는 여왕의 모든 재정을 관리하던 고관이었습니다. 특별하게도 그의 하느님을 향한 신앙심이 대단했습니다. 그 멀리서 예루살렘까지 성지순례를 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큰 결핍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는 거세당한 내시였고 유다 율법에 따르면 구원의 공동체이 가입할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하느님을 흠숭하고 경배하기 위해 예루살렘까지 성지순례를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는 ‘구원에서 배제된 자’로서의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열렬한 신심과 갈망이 있었기에, 큰 기대를 안고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떠났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건너갈 수 없는 깊은 강, 혹은 높은 절벽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그가 느꼈던 좌절감과 실망감은 무척 컸을 것입니다.

이렇게 상심과 절망 속에 귀향하고 있던 그에게 참으로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이 다가갑니다. 하느님은 필리포스를 도구로 삼아 그에게 다가서십니다. 성령께서 그에게, “가서 저 수레에 바싹 다가서라.” 하고 이르십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은 필리포스는 지체 없이 수레 있는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마침 그는 이사야예언서를 읽고 있었습니다. 필리포스가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읽으시는 것을 알아듣습니까?”

그러자 그는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필리포스에게 마차 위로 올라오라고 초대합니다. 또한 자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사야서에 대해, 특히 ‘수난당하는 종’이 대체 누구인가? 가르쳐달라고 청합니다.

내시의 하느님을 향한 각별한 마음, 뜨거운 마음이 크게 돋보입니다. 하느님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그 먼 나라 에티오피아에서 예루살렘까지 성지순례를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긴 여행길 내내 쉬지 않고 성경을 봉독했습니다. 성령에 이끌린 필리포스가 다가오자 지체 없이 그를 초대합니다. 탁월한 신앙의 선배였던 필리포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집니다.

하느님을 향한 불타오르는 열정의 소유자였던 내시였기에 그분께서는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구약의 너울을 순식간에 벗겨주십니다. 그는 즉시 이사야의 수난 당하는 종이 곧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깨닫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필리포스를 통해 뛸 듯이 기쁜 소식 한 가지를 전해 듣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새로운 하느님 나라 공동체에서는 그 누구도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는 자는 선인이든 죄인이든, 세리이든 창녀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병자이든, 궁녀이든 내시이든 모두가 구원된다는 필리포스의 가르침에 그의 온 몸과 마음이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그가 길을 걸어가던 중에 강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는 필리포스를 향해 지체 없이 외쳤습니다.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견고하게 쌓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제외시키고, 자신들만 구원된다는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교회, 웃기는 이단이 아니라 관대하고 너그러운 보편적 구원관, 상식이 통하고 마음이 편안한 가톨릭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4대강 사업의 성공 실패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당시 국민들의 지배적인 여론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민 종교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대 하천 정비사업입니다.

4대강 사업에 소요된 예산이 천문학적입니다. 22조원! 그 돈을 당시 초대형 토목공사 현장에 쏟아 붓지 않고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했으면 오늘 우리 서민들의 처지가 이 지경에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하는 후회가 막심합니다.

후손들 앞에 부끄러워 대대손손 얼굴을 들 수 없는 이 심각한 대 사건,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스런 이 사건을 우리 신앙인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4대강 사업 당시 다른 종교들과 함께 반대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개발업자의 편협한 이기심, 개발 이익에 대한 욕망에서 기인한 난개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세기는 광풍처럼 불어온 개발 붐 앞에 수려했던 금수강산이 초토화되는 아픔을 겪은 시기였습니다. 서해안 쪽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갯벌들, 어부들의 어머니 품과도 같았던 갯벌들도 개발업자들에 의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토목, 개발, 콘크리이트 같은 단어들에 관심이 많았던 그분께서는 청계천 개발만으로 성이 안찼던지 대통령이 되면서 4대강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공사, 개국 이래 최대 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강행한 것이 우선 눈에 띱니다. 단 몇 개월 만에 계획서를 마련했습니다. 사업을 임기 내 완료하려고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였습니다.

그가 그토록 강조점을 두었던 일자리 창출 역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회사는 국내 재벌 대기업들과 대형 건설 회사였습니다. 창출된 일자리의 대부분은 사실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국토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조상대대로 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어부들은 일터를 잃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선물로 주신 너무나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원은 헌법의 규정에 따라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을 감사하고, 각 단체의 사업의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여 그 집행에 적정을 기하는 국가 단체입니다.

2013년 1월 감사원이 시행한 ‘4대강 사업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2011년 초 발표한 4대강 1차 감사에서는 공사비 낭비와 무리한 공기단축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3년 감사에서는 ‘설계 부실에 따른 보의 내구성 부족’ ‘보강 공사 부실’ ‘수질 악화’등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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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모바일에서 올림 (2017/05/04 2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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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감사합니다
  
  예수님제자말따 (2017/05/08 10: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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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나라를 걱정하시는 신부님의 절절한 마음, 잘 읽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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