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버린 또 다른 나

제자수녀^^* 2010/05/20 오후 05:34 (324)

+. 스승님 사랑

 

저는 불편한 감정을 오분도 품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랑 싸우면 뒤돌아섰다가 되돌아 와서 먼저 사과하고..

엄마에게 꾸지람 들으면 잠시 훌쩍이다가 배시시 웃으며 배고프다고 밥달라 하고..

이런 저를 저희 엄마께서는 "내 딸이지만,정말 속도 좋다" 말씀하셨지요.  후후...

전 이런 제 성격이 좋았어요.

그래서 자라면서 이 성격은 더욱 강화되었죠.

 

수녀원에서 살면서 매일 성찰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루의 삶을 되돌아보며 말씀에 비춰 감사하고, 반성하고, 새결심을 세우고...

그런데 이 성찰 시간이 저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는 신나게 드리겠는데, 마음 불편했던 것을 되짚으며 반성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마음 속 불편함을 뻥뻥 차버리는 성격이니,,,

이미 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불편한 감정들을 다시 주워와 살피는 것이 고역이더군요.

그래서 불편한 감정에 대한 성찰은...대강 대강... -_-;;;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뻥뻥 차버린 내 마음 속 불편한 감정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음을...

그것들은 고스란히 제 마음 한 구석에 켜켜이 쌓여져 있었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김없이 마음 속 표면 위로 쑤욱 올라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제 마음 속에 언제나 파란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님을,

회색빛, 우중충한 먹구름도 함께 한다는 것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불편한 감정을 밀어냈던 건

나는 늘 밝고 씩씩하고, 즐거워야만 해야 한다는 조건에 나를 가뒀기 때문이었죠.

그래야 사랑 받는다고...무의식 속의 내가 자신에게 겁을 주고 있었어요.

틀 속에..제가 제 자신을 가둔 것이죠.

 

오늘도 저는 어김없이 성체 앞에 앉아 그 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성찰 시간을 가져요.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마음 속 구석 구석 밀어내버린 불편한 감정들을 찾아냅니다.

내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또다른 나를 발견하여 토닥여줍니다.

 

밝고 명랑한 내 모습이 전부가 아니야.

언제나 웃기 때문에 사랑 받는 것이 아니라구.

넌 그냥 너 자체로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야.

밝음과 어두움, 파란색과 회색, 기쁨과 슬픔을 모두 가진...그 모두의 너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구...

 

이렇게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면

저 멀리 구석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던 또 다른 내가 살금살금, 천천히... 나에게 다가옵니다.

아무말 하지 않고 꼬옥 끌어안아줍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내가 주님 안에서 있는 그대로 존재합니다.

 

당신 덕분에...

나를 이끄시는 당신 덕분에...이렇게 살아갑니다.

내 마음 속 구석 구석 사랑의 빛을 비추시며

따뜻이 안아주시는 스승 예수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제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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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택 (2010/05/21 02:23)
고맙습니다
 
햇살소녀 (2010/05/21 19:41)
저두 그랬던거 같습니당,.,감사합니당,,^^*
 
마리버마드 (2010/05/23 13:22)
저두 많이 그랬습니다. 힘이 생기네요. 동지가 있으니
정말 밀어두고 챙피해서 덮어두고 부정했던 내 감정과 내 무의식이 그렇게
머리를 내밀지요. 그럴때 그래 그랬구나 하고 부드럽게 안아줘요
그러면 내가 편해지고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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