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이란 말이 언제부터 유행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현대문명의 빠른 변화 속에서 얻는 것만큼 놓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말이 아닌가 싶다.
나는 성질이 매우 급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중국의 훌륭한 운동인 타이치(Taichi)를 선호하면서도 직접 하지 못한다. 타이치야말로 느림의 미학 그 자체인데 여러 사람과 하다 보면 나는 꼭 한두 박자 앞서 가기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 뿐인가.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많은 정보 중 긴 사연이나 동영상은 아예 볼 생각도 않는다. 아름다운 영상이나 음악을 느긋하게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그만큼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명색은 백수이면서 과로사하기 직전의 수준으로 모든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려는 욕심이 커서 그럴 것이다.
로사리오 오단을 바쳐도 걸으면서 한다. 경건한 자세로 앉아 집중적으로 기도하지 못하는 것도 전적 급한 성질 탓이다. 그렇다고 무어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그렇다.
그렇게 동동거리는 심정으로 살아도 하루를 마감하면서 되돌아보는 나의 하루는 허무하기 짝이 없다. 만족할만한 성과물이 없기 일쑤여서 그렇다.
밥을 먹을 때나 손으로 단순 노동을 할 때는 티브이와 함께, 어쩌다 스트레칭을 할 때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명인사들의 강의를 듣는다.
일석이조. 뭐 이런 효과를 노리는 셈이지만 과연 그런가.....요즘 자주 의문이 든다. 분명한 건 그렇게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얻을 수 있는 감각, 느낌을 즐길 수가 없고 무엇보다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거다.
좋은 글도 깊은 사유에서 나오고 삶의 지혜와 철학도 사색하지 않으면 궁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머리를 치는 좋은 구절을 만났다.
‘시간과 정력에 집중하라!’
한 가지를 하더라도, 그게 일이든 기도든 놀이든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는 소중한 것들이 분명 있을 게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 이 순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 누리는 것, 그게 바로 느림의 미학일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