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해은이가 여섯 살 무렵이었다.
갓 낳았을 때부터 증세가 심하던 아토피 피부염은 다섯 살 이후부터 더욱 심해졌다. 팔과 다리의 오금은 물론 긁어서 피가 맺혔다가 딱지가 앉은 전신은 마치 소나무 껍질 같았다. 낮이고 밤이고 긁는 아이와 못 긁게 하는 어른들과의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아이들을 재우며 어미가 기도를 하자 해은이가 아주 어른스럽게 말했다.
“엄마, 날 위해서 더 이상 기도하지 마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기도하지 말라니?”
“아무리 기도해야 낫지도 않는데 괜히 엄마만 힘들잖아요.”
순간 어미는 할 말을 잃었지만 곧이어 아이를 타일렀다.
“그래도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니까 이 정도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 너보다 더 심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튼 난 이제 기도하는 거 싫어!”
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내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나는 성당의 신심 단체마다 해은이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고 생미사도 자주 드리고 했지만 정말이지 기도의 응답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느님의 침묵 속에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고......
결론을 말하면 해은이가 열두 살이 된 지금은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건강하고 예쁜 십 대의 소녀로 성장해 있다.
흰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녀석을 바라보노라면 기도의 힘에 새삼 감동하며 감사하는 마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의 기다림과 온갖 수고와 노력은 아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벅차고 힘겨운 일이었다. 해은이의 증세에 따라 어른들의 기분도 업 다운을 계속했고 집안 분위기 역시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했다.
아이가 차츰 호전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였던 거 같다. 그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오직 기도와 믿음의 힘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리 애가 타고 조급해도 꼭 필요한 그 만큼의 시간을 견디는 인내가 필요함을 해은이를 통해서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