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 삶의 중심" -이수철 신부님.

글쓴이 :  황루도비꼬님이 2010-01-11 20:14:53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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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요셉 수도원 이수철 신부님 말씀

며칠 전 어느 형제분과의 대화 중 새삼스럽게 와 닿은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중심을 잃고 방황하다 보니 많이 망가졌습니다.”
‘중심을 잃고’란 말한마디, 지금도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여러분의 중심은 확고합니까?
중심을 잃고 방황하지는 않았습니까?

매일  수도자들이 바치는 미사나 기도 시간,
한결같이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을 확인하고 새로이 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으면 곧장 방황입니다.
삶의 활력도 잃어 그 삶 어둡고 차갑고 거칠어집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궁극적 중심이자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예고에 크게 낙담한 베드로,
잠시 중심을 잃고 주님을 만류하다가 주님께 호된 꾸중을 듣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 구나!”

비단 베드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편적 경향이 편리와 안주에의 유혹입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일 보다는 사람의 일을 우선 생각하는 게 우리의 본능적 성향입니다.
그러나 막연한 하느님 중심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하느님의 일을 우선시할 때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참으로 적절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사람이 되십시오.
이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하십시오.”

온전히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그 삶 자체가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진정한 예배요,
늘 새사람에 매일 매일이 새 하늘, 새 땅입니다.

세속 한 복판에 살아도 오염 변질되거나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알게 모르게 그를 지켜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힘든 것은 삶의 무의미에서 오는 고통일 겁니다.
밥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의미를, 삶의 방향을, 삶의 목표인 하느님을 잃어 표류할 때,
바로 거기가 지옥이요 견딜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삶의 무료함과 허무를 견딜 수 없어 세상 것들에 빠지다 보니 중독인 겁니다.

오늘 2독서에서 보다시피
예레미야가 그 혹독한 시련과 고통의 와중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솟구쳐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그 마음 깊이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예레미야의 진솔한 고백이 심금을 울립니다.
“‘다시는 주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
주의 이름으로 하던 말을 이제는 그만 두자.’하여도,
뼛속에 갇혀있는 주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저는 손을 들고 맙니다.”

이게 바로 성소요 예언자의 숙명입니다.

내 삶의 중심인 하느님께로부터 솟아나는
갈망이요 열정이요 사랑이요 희망입니다.

이 열정이, 희망이, 사랑이 내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온갖 고통을 극복하고 기꺼이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게 합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오늘 복음의 요약이자 핵심입니다.

험하고 거친 세상에 참 사람 되어 사는 길은,
생명에 이르는 구원의 길은 이 길뿐입니다.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주님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계속 자기를 버려가는 인생 여정 같기도 합니다.

자기 버림이란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성숙과 성장도 없고,
그 인생 도저히 깊어지지도 못합니다.
또 이 고통들을 통한 성숙한 영혼에서 피어나는 주님 주시는 참 기쁨입니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요, 갈수록 힘들어 지는 삶의 고통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십자가의 짐에서 면제되거나 피할 자 없습니다.

삶의 중심이신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과 믿음, 희망만이
기꺼이 나를 버리게 하고, 내 무겁고 힘든 십자가를 질 힘을 줍니다.
내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향해, 주님을 따라 다시 힘차게 살아가게 합니다.

이 복된 미사시간,
우리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마음 깊이 모시는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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