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야구공 하나가 날아와서 제 옆에 떨어졌습니다.
글러브를 낀 아이들 서넛이 깔깔거리며 달려왔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상대편 선수가 홈런을 쳤거든요.”
“너희들은 홈런을 맞았는데 뭐가 그렇게 좋으냐?”
“원래 그 선수는 홈런을 잘치는 아이에요.”
한 아이가 말하자 다른 녀석이 한마디 보탰습니다.
“얼마나 멋지게 치는데요. 저도 그렇게 쳐봤으면 좋겠어요.”
“너희 팀 투수가 실력이 없나 보구나?”
제가 놀리듯 말하자
아이들 모두 “아니에요” 라고 손사레를 쳤습니다.
“우리 투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던졌어요.”
‘이 녀석들 신통하네’ 속으로 생각하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점수가 몇 대 몇이니?”
“상대팀이 5점 냈구요, 저희 팀은 아직.”
“에이, 이번 게임은 지겠구먼.”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쳤습니다.
“아니에요. 지금은 1회초란 말이에요. 우린 아직 공격 안했어요.”
어느 책에선가 읽고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앞서가는 친구가 있을 때
우리는 한편으론 시샘하면서 ‘난 왜 이 모양일까?’ 자학합니다.
그리고 쉽사리 포기하곤 합니다.
이럴 수는 없을까요?
그 친구에게 ‘멋지다!’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역시 최선을 다한 내게도 칭찬하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1회초니까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이들은 쉽게 하는데
어른들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둘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누구라도 주저없이 후자를 택하겠지요.
전자는 불행해지는 마음이고
후자는 행복해지는 마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_이규창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