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희망의 이유

글쓴이 :  황루도비꼬님이 2014-01-22 01:05:08에 올려주신 글  ... 조회수(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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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보다 더 오래 세상을 지켜본 숲의 정강이를
싹둑싹둑 잘라내는 아귀 센 손에
우리의 안락한 정원이 있다고 믿지 말라
우리의 미래는 불에 탄 나무에서 다시 솟는 연둣빛 새 순
떡갈나무 잎을 들추고 도토리를 파묻는 다람쥐의
분주한 발걸음과 하늘 꼭대기에서 거기까지 햇살
한 줄기를 비춰 주고 있는 태양의 따스한 손길에 있다
땅 속 깊이 감춰진 벽을 뚫어 버리는 
가공할 폭탄의 힘에 한 시대의 가능성을 걸지 마라
밤의 거리에서 평화를 구하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작은 촛불과 그 불을 받쳐든 어린 두 손에 희망이 있다
이웃나라를 침략하여 손쉽게 굴복시키는 폭력을 
부러워하지 마라 만년을 녹지 않는 히말라야 숫눈처럼
빛나는 순백의 영혼 오체투지로 낮아지고 가난해져서
다시 일어서는 정신에 영원한 미래의 날들이 숨어 있다
우리가 잔인하게 쓰러뜨린 것들을 자랑하지 마라
승리의 포만감에 가득한 식탁과 살찐 육신은
우리가 죽이고 짓밟은 것들의 묘지를 이루고 있나니
오래오래 주류로 살아온 이들이 잘 차려놓은
화려한 연회장이 아니라 그들이 멸시하고 손가락질하는
소수가 소박하고 정결하게 차린 두레반에 미래가 있다
어미 잃은 어린 짐승을 감싸안으며 눈물겨워 하는
모성과 연민과 자비가 아니면 희망 아니다
새 한 마리의 목숨과 내 목숨의 무게가 같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직도 그대는 일주문 밖이다
속도와 경쟁과 승리의 갈망에 휘둘리지 말고
그만 내려서라 댓잎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는 바람의 속도
낙화 이후의 긴긴 날을 걸어가는 꽃의 발자국을 보지 못하면
그대가 달려가는 속도의 끝은 반드시 벼랑이다
증오의 말을 가르치지 마라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 몸 던지게 하되
시인의 음성으로 하라 나약하지 않고 사납지도 않은
목소리로 신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라
거기 희망이 있다 그들이 희망이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 오래도록 희망이다." 

_도종환님의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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