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근심어린 얼굴로 성당에 계신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신부님, 저는 지금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지만 늘 작심삼일입니다. 새해에 세운 계획도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여인의 말을 들은 신부님은 창고로 가서 뽀얗게 먼지가 내려 앉은 낡은 소쿠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소쿠리를 여인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여기에 물을 가득 담아오시기 바랍니다. "구멍이 숭숭 난 소쿠리에 물을 담아오라는 말에 여인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신부의 말을 따라 우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소쿠리에 물이 담길 리 없었습니다. 여인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돌아와 신부에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쿠리를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신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쿠리에 물을 담지는 못했지만 소쿠리의 먼지는 깨끗히 사라졌지요? 마음먹은 대로는 안 되어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것입니다."
_정호승/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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