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3 연중 제2주간 토요일 강론 - 가난한 영혼으로 깨어 보게 하소서

작은눈물 2026/10/03 오전 11:03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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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느덧 묵주기도 성월을 넘어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즈음, 여러분의 영혼에 깊은 사랑이 더해지고, 함께 엮어가는 관계 속에서도 성숙한 배려가 무르익어가길 기도드립니다.

 

그야말로 바람의 온도가 매일이 다르고, 아침에 눈 뜨면 어제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한 시절이나, 정작 우리가 어느 것 하나 정확히 볼 수 있고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상념에 젖습니다. 언젠가 이 세상을 휘몰아쳤던 바이러스의 두려움을 떠올리면, 겨우 8nm, 곧 백만분의 8mm의 크기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우리 삶이 좌우되고, 또 그것마저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미천함을 명확히 느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지요.

 

어쩌면 숨죽인 목소리로 살아가는 가난한 이의 가슴 속에서 채워지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 가장 작은 이를 들어 올리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려면 그처럼 낮고 드러나지 않는 일에 주목해서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법이지요. 먼 곳을 본다고 자부하거나 우쭐거림으로 높아진 어깨에 맞춘 시선으로는 도무지 볼 수도 파악할 수도 없는 곳에 참된 진리는 숨쉬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비밀은 감추어져 간직됩니다. 작은 고을 베들레햄, 끝자락에서 돌아서야만 하는 한촌(寒村) 나자렛, 주목받지 못하는 고을 갈릴래아, 시야가 닿지 앟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치유의 기적, 마침내 고독의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위대함의 시작은 침묵의 봉헌으로부터 빚어집니다. 그 안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참된 기적이 녹아있고, 영원한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갈망과 부활에 대한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하느님을 입술로 내세우면서 정작 자신의 중심이 되는 삶, 인맥(人脈)과 관계의 수량으로 삶에 만족하려 하는 안일한 자만, 자기 자신이 위에 있어 다른 이들을 낮추어 보아도 된다는 이기심과 같은 마음은, 점차 소진해 갈 자기의 모습 뒤로 하느님을 잃게 만들고, 참 생명의 기쁨을 앗아갑니다. 그리고 소중한 벗을 놓치는 어리석음으로 몰고 가지요.

 

주님께서는 루카복음 10장 21절에서,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사실 당신의 은총을 감추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온전히 열어 보이십니다. 그러나, 당신의 계시(啓示)는, 가난하고 겸손하신 방식을 취하시지요. 그러므로, 스스로를 ‘자신의 틀’이라는 어둠 속에 가두는 이들은 미소한 이 가운데 놓여 있으나 ‘저 너머’를 보여주는 하느님 나라를 정작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이어지는 23절에서,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고 하셨지요.

 

진정 주님의 치유는 우리가 계산하는 가능성, 확률의 예측을 뛰어넘습니다. 심지어 가능성 0%인, 죽은 이들마저도 일으켜 세우시지 않으셨습니까?! 십자가 위의 죽음도 부활로 이어졌듯이 말입니다. 그렇듯, 주님께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난의 현실적 상처와 무시로 인해 겪는 소외와 패배감으로부터 건져내시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축복으로 초대하시지요. <성모님의 노래> 가운데,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라고 찬미하였듯이 말입니다.

 

욥 또한 욥기 42장 2절, 5절에서,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당신에 대하여 귀로만 들어왔던 이 몸,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라고 고백하였지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욥과 같은 믿음으로, 주님께서 이루어주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모든 일을 이루실 자비와 섭리에 대한 믿음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화로 간구하시길 권고드립니다. 주님은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여러분의 기도를 즐겨 들으시고 화답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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