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몰래 한 사랑 / 양승국 신부님

글쓴이 :  tina님 2007-01-29 11:38:33  ... 조회수(63)
 

        

 
     몰래 한 사랑

글 :  양승국 신부님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장 


제 기억 한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는 한 자선 모임이 있습니다.
이 모임의 특징은 그럴 듯한 명칭도 정기 모임도 회장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따뜻한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는 모임입니다. 
이 자선 모임에 가입한 구성원들은 물론 넉넉한 분들이 아닙니다.
새벽 시장을 운영하는 시장 상인들지요.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하면 두 명의 당번은 
잠시 일손을 놓고 신속한 동작으로 시장을 한 바퀴 돕니다.
다들 환한 얼굴로 기쁘게 내 놓습니다.
트럭 위에는 팔다 남은 것이 아니라 최상급의 
따뜻한 정성들이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득 채운 트럭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내달립니다.
가장 어려운 이웃들을 향해.
생각만 해도 흐뭇한 정경입니다.
모두가 잠든 꼭두새벽부터 치열하게 부대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새벽 시장.
그 한가운데서 이루어지는 훈훈한 사랑의 나눔이 
극단적 개인주의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분들이 몇 년째 활동을 계속해 오면서 불문율처럼 지켜오고 있는
세 가지 원칙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첫 번째는 익명의 자선입니다.
모든 활동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은 꼭두새벽에 배달을 갑니다.
그리고 몰래 문 앞에 가져다 놓고 얼른 돌아서지요.

두 번째 원칙은 활동 대상으로 가장 어려운 시설이나 개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원칙은 팔다 남은 물건이 아니라 가장 싱싱한 물건,
가장 품질 좋은 물건을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들이지요.
그분들 마음 씀씀이는 진정 하늘에 닿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선 중에 가장 으뜸가는 자선은 익명의 자선입니다.
보란 듯이 떠벌리는 자선이 아니라 끝끝내 자신의 이름을 숨기는 자선.
할 일을 다했으면 미련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자선.
끝까지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자선.
그것만큼 아름다운 자선은 다시 또 없습니다.

우리가 눈만 뜨면 외치는 것이 이웃 사랑 실천입니다.
아침 기도 때마다, 미사 때마다,
강론 때마다 선포되는 말씀의 핵심 역시 이웃 사랑 실천입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가 선포하는 사랑이란 단어는 
많은 경우 혀끝에서만 맴돌다 사라지지요.

'사랑'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울이는 정성'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사랑 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해 내뻗는 따뜻한 손길'이라 믿습니다.

우리 삶이란 잡지에 소개되는 고급 인테리어처럼,
감명 깊은 영화의 어느 한 장면처럼 그렇게 단정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삶은 때로 얼마나 불공평하고 섬뜩한 것인지 모릅니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너무도 큰 십자가 앞에 
할 말을 잃고 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도 깊은 슬픔에 잠겨 밥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는 분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깊은 상처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다가서는 의인의 모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흐믓한 모습은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다가가 그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주는 봉사자의 모습입니다.

오늘, 이 한 가지 진리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죽어 입고 떠나게 될 수의의 특징은 호주머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알몸으로 이 세상에 온 우리는 결국 알몸으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게 될 것은 우리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건넸던 사심없는 마음,
내밀었던 한번의 따뜻한 손길입니다.
임종 중에 있는 병자들을 찾아갔던 일,
사회 복지 시설을 방문했던 일,
갇힌 이들을 찾아갔던 일입니다.


     ▒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때까지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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