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서 보니
내 들것이 땅바닥에 널부러져있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내 몸의 일부였던 그 들것.....
들어올리려하니 너무도 무겁다.
너무도 더럽다.
서른여덟해 나를 지탱해주었던 그 들것은 너무도 볼품없이 낡아있다.
내가,
이름도 없이 그 들것위에서 그냥 '병자'로 불리웠을 때에는 그 무거움도 그 추함도 그 낡음도 알지못했었다.
하루는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건강해지고싶은가를 물어보았는데
내게 건강해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너무도 요원한 바램이란 생각이들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이렇다한 대답도 하지않은 채
그냥 내가 왜 서른여덟해동안이나 이렇게 누워있어야만했는가를 그에게 하소연했고
그는 내 울먹이는 한 숨 가득한 넋두리를 연민 가득한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경청하는 듯 했다.
내 넋두리를 다 듣더니
그가 갑자기 내게 " 일어서서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고 말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다리에 힘이 생겨 건강한 사람처럼 벌떡 일어섰다.
그가 바로 주님이었다.
이 들것위에 내가 아직 누워있었을 때 만났던 그 사람. 주님.....
이 냄새나고 더럽고 볼품없는 들것위에 있던 내게 다가오셨던 그 사람 . 주님.....
움직일 수도 없는 '병자', 일개 이름도 없는 한 '병자'였던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 사람. 주님....
나는 오늘도 이 들것을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