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으로...

토토로 신부님 2017-11-26 00:11 ... 조회(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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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혼배성사를 집전 했습니다. 미사 중에 거행되는 혼배성사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미사 전 혼배예식서를 다시금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또 혼인성사와 관련된 서류들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혼배 집전 주례 위임장도 확인을 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저도 긴장되고 떨리는데 혼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미사 전 제의를 꺼냈습니다. 저의 사제서품 제의입니다. 얼마 만에 입어보는 서품 제의인지 모릅니다. 교구 신부님들이나 다른 신부님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사제서품 제의를 입어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후배들의 서품식 때 빌려주는 정도이지 그 활용도가 적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혼배미사를 위해 모처럼 서품 제의를 입게 되어 넘 좋았습니다. 
 
혼배성사가 거행된 성당은 6년 전 제가 사제서품을 받았던 관구관 대성당입니다. 서품제의를 입고 있노라니, 사제서품을 받던 그 때가 기억이 났습니다. 이미 종신서원으로 축성이 되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교회로부터 특별한 직분을 받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잠깐이나마 그 때의 그 순간으로 돌아갔습니다.  
 
강론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결혼 당사자들과 저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사를 거행한 그 성당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입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제가 종신서원과 부제서품 그리고 사제서품을 받은 자리이면서 오늘 혼배성사를 보는 두 사람이 거룩한 일치의 약속을 드린 자리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의복입니다. 혼배 당사자가 입고 있던 예복이 참 사랑을 완성하려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제가 입고 있는 이 제의는 사제로서의 삶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증거하려는 삶의 첫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와 혼배 당사자가 받은 성사의 은총은 다르지만 ‘시작’ ‘첫 마음’이라는 의미는 같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서신 두 사람을 보면서, 막 사제가 되었을 때의 그 순간을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복된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좋습니다. 저도 서품제의를 입음으로써 첫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혼인을 한 두 사람을 보면서 저도 기뻤습니다. 저 모습대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전사제와의 사진촬영 후, 식사를 하고 그냥 조용히 제 방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혼배성사를 통해 느낀 점을 찬찬히 곱씹어봤습니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느님과의 거룩한 일치를 이루며 다짐했던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서품 때의 그 순간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떠올리는 순간 만큼은 새 사제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첫 마음을 다시 품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또다시 힘을 냅니다. 첫 마음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희망을 꿈구기에 우리 삶은 살만 합니다. 
 
여러분은 첫 마음을 둘 삶의 한 조각이 있으신가요? 한 번 찾아보시죠. 누구나 첫 마음을 둘 순간이 있습니다. 첫 마음을 상기시킬 그 순간을 기억 속에 담아둔다는 것은 그만큼 복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살아하시는지 깨닫고 느끼는 거룩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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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나~모바일에서 올림 (2017/11/27 10: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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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토토로 신부)
  
  마리아..♥ (2017/11/28 02: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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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문단.... 그러기에 오늘 혼배미사를 위해 모처럼 서품 제의를 입게 되어 "넘" 좋았습니다. 

의도하신건지..ㅎㅎ 진지하게 읽다가 빵 터졌어요ㅋㅋㅋㅋ 신부님의 깨알같은 웃음포인트 최고!!ㅋㅋㅋ

저는 어릴 때 세례를 받아서인지... 신앙생활의 첫마음을 상기시키기엔 너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0년 넘게 냉담하다가 20대 초반에 성당찾아갔을 때가 기억이 남습니다. 미사 때 긴장해서 덜덜 떨었던 

흑역사가 있네요. 그때는 마음이 참 순수했던 것 같은데, 4년 차가 되니까.. 그때의 마음가짐이 그리워요.

아무리 초심으로 되돌아가려고 해도 그때만큼은 뜨겁게 달아오르질 않네요.. 헤헤 

 

아하하~ 그러셨군요. ㅋㅋㅋ "넘"이라는 표현은 무의식적으로 쓰는 표현입니다. 제가 저런 표현을 썼는지도 몰랐네요. 순수했던 신앙생활의 첫 순간을 늘 기억하시면 좋겠네요. 초심으로 돌아가기란 어려움이 많지만 지금 있는 그 신앙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첫 마음이 중요하지요. 신앙심도 욕심을 내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지요. 신앙은 삶 안에서 자연스레 불타오를 때가 있으니 그저 충실히 주님을 잘 따라주시면 좋겠어요. (토토로 신부)
  
  나숙이♥ (2017/11/28 16: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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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신부님 서품식때 사진이군요 ^^

저는 27년을 냉담하다 3년전에 관면혼배로 냉담을 풀었는데 혼배때 든 생각이 이제 미사빠지면 고해성사봐야 되는구나 라는 철없는 생각이 ^^;

좀더 진지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에게 낚여서 남편이 세례를 받았고 얼마전엔 함께 견진을 받았어요

아빠 돌아가신 후 외롭게 신앙생활 하시던 엄마랑 함께 성당에 다니고 가끔 성지에도 가고 가족지도 함께 읽으면서 얘기 나누니 참 좋아요~~

어머니와 함께 성당 다니시고 성지도 다니시는 정겨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느끼지는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자매님과 늘 함께 하셨고, 자매님의 신앙과 선한 의지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였을 것입니다. 바쁜 일상 이시겠지만 소소한 기쁨 덕분에 힘을 얻으시리라 생각해요. 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토토로 신부)
  
  앤* (2017/11/29 10: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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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음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힘들고 힘들어서 스스로 성당문을 열고 들어가서

교리공부하고  공부중인 아이들 같이 가자고 해서

5개월 정도 교리중에 아이들이 중도포기하고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이 세례받고

 

교리중에 포기했던 두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세례를 받아서

성가정이 되었는데

그 기쁨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의 그 기쁨으로 하루하루 지내시면 좋겠어요. (토토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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