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제 출신 본당 1년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예수회에 입회하여 양성을 받다가 지난 6월 28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사정상 서품식에는 참례하지 못했지만 기도로써 함께 했고, 또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마음을 모았습니다.
첫 미사를 집전하는 새 신부님을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새 사제가 첫 미사를 드릴 때 살짝살짝 틀리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인데 생각 외로 차분히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살짝 경직된 표정과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면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 속으로 많이 떨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제 첫 미사 때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리기 전에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첫 집전을 했습니다. 동기들이 첫 미사를 드릴 때 손을 떨고, 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면서 긴장할 것이 뭐 있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미사를 드릴 때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후덜후덜 떨리는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동기들도 제가 손을 덜덜 떨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첫 미사를 드리며 경문을 유심히 바라봤던 적이, 그리고 미사 전 마음의 준비와 기도를 간절히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지금은 미사 봉헌을 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 흐름에 익숙하기에 손을 떨 이유가 없고 긴장이 되지 않지만, 미사 전후에 가졌던 첫 마음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사제서품 7년 차에 접어든 올해,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강론을 해 주신 신부님의 강론 말씀과 소속 본당 주임 신부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말씀에 제 생각을 덧붙여 묵상한 것이 있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한 인간에게 내리신 성품의 은총은 안수를 통해 베풀어지고, 그 성별의 은총은 한 인간이 지닌 죄를 없애 주시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주교의 안수와 서품기도로 축성된 완전한 새롭게 변화된 한 인간은 그 은총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의 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성사집전과 사제라는 직무를 통해서 말입니다.
축성된 사제의 손은 회개하는 한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인간과 사물을 축복하여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게 하고, 성령의 힘으로 사제가 읊는 축성경과 사제의 손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피로 축성이 됩니다. 이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친히 걸으신 십자가 구원의 길을 재현하는 행위이며, 부활을 통해 용서가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그 용서의 덕을 예수님의 대리인들이 전파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가 어떤 것인지 삶 안에서 증거를 합니다.
또한 새 사제로서의 첫 마음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직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제가 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환속을 하는 것은 너무나 순식간입니다. 사제로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시련을 알아주는 이들이 많지 않기에 더욱 외롭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나약함이 사제의 성소를 흔들리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러기에 제의를 입은 채로 관 뚜껑이 닫히기 전까지는 성소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성소는 사제가 되었다고 해서, 종신 서원을 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새 사제의 첫 모습 그대로, 인생 여정을 걷는 마지막까지 충실히 사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한국인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기리는 대축일을 보냅니다. 짧은 사제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과 백성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던 거룩한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본받아 사제 각자가 겪는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 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해야 합니다.
특별히 저는 사제이기 전에 종신 서원을 한 수도자이기에 제가 발한 복음 삼덕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제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지금껏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흐뭇하게 웃으며 하느님께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원과 서품의 은총을 기억하며 자만하지 않고 겸손되이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성인의 삶을 닮도록 애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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