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의 삶을 충실히 살도록

토토로 신부님 2017-07-04 23:19 ... 조회(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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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에 제 출신 본당 1년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예수회에 입회하여 양성을 받다가 지난 6월 28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사정상 서품식에는 참례하지 못했지만 기도로써 함께 했고, 또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마음을 모았습니다. 
 
첫 미사를 집전하는 새 신부님을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새 사제가 첫 미사를 드릴 때 살짝살짝 틀리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인데 생각 외로 차분히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살짝 경직된 표정과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것을 보면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 속으로 많이 떨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제 첫 미사 때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리기 전에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첫 집전을 했습니다. 동기들이 첫 미사를 드릴 때 손을 떨고, 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면서 긴장할 것이 뭐 있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미사를 드릴 때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후덜후덜 떨리는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동기들도 제가 손을 덜덜 떨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첫 미사를 드리며 경문을 유심히 바라봤던 적이,  그리고 미사 전 마음의 준비와 기도를 간절히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지금은 미사 봉헌을 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 흐름에 익숙하기에 손을 떨 이유가 없고 긴장이 되지 않지만, 미사 전후에 가졌던 첫 마음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사제서품 7년 차에 접어든 올해, 선배의 첫 미사에 참례하면서 강론을 해 주신 신부님의 강론 말씀과 소속 본당 주임 신부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말씀에 제 생각을 덧붙여 묵상한 것이 있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한 인간에게 내리신 성품의 은총은 안수를 통해 베풀어지고, 그 성별의 은총은 한 인간이 지닌 죄를 없애 주시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주교의 안수와 서품기도로 축성된 완전한 새롭게 변화된 한 인간은 그 은총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의 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성사집전과 사제라는 직무를 통해서 말입니다.  
 
축성된 사제의 손은 회개하는 한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인간과 사물을 축복하여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게 하고, 성령의 힘으로 사제가 읊는 축성경과 사제의 손을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피로 축성이 됩니다. 이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친히 걸으신 십자가 구원의 길을 재현하는 행위이며, 부활을 통해 용서가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그 용서의 덕을 예수님의 대리인들이 전파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가 어떤 것인지 삶 안에서 증거를 합니다. 
 
또한 새 사제로서의 첫 마음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직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제가 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환속을 하는 것은 너무나 순식간입니다. 사제로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시련을 알아주는 이들이 많지 않기에 더욱 외롭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나약함이 사제의 성소를 흔들리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러기에 제의를 입은 채로 관 뚜껑이 닫히기 전까지는 성소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성소는 사제가 되었다고 해서, 종신 서원을 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새 사제의 첫 모습 그대로, 인생 여정을 걷는 마지막까지 충실히 사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한국인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기리는 대축일을 보냅니다. 짧은 사제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과 백성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던 거룩한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본받아 사제 각자가 겪는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 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해야 합니다.  
 
특별히 저는 사제이기 전에 종신 서원을 한 수도자이기에 제가 발한 복음 삼덕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제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랐을 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지금껏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흐뭇하게 웃으며 하느님께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원과 서품의 은총을 기억하며 자만하지 않고 겸손되이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성인의 삶을 닮도록 애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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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ther**모바일에서 올림 (2017/07/05 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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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이땅에서 소명을 다 마치시고
땅에 묻혀 하느님품에 안기시는 날까지
하느님 마음에 드시는
사제로 수도자로 살아가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또한 저희들이 가톨릭신자로써
하느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는
자녀로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좋겠사옵니다 🙏🏻
선종하신 신부님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죠. 특히 서품되자마자 입었던 그 옷을 입고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죠. 저 역시도 마지막 그 순간까지 봉헌된 이의 모습으로 살도록 기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저를 위한 기도 고맙습니다. 서로의 기도 안에서 늘 하나되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자매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토토로 신부)
  
  앤* (2017/07/05 14: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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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생가터가 있는

솔뫼성지를 7월1일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저도 한사람으로써

하루 기도하며 좋은 여정이었습니다

참된삶이란 생각하며

글 읽었습니다

한국의 첫 사제의 고향을 방문하셨군요. 이 땅의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각자의 성소를 충실히 살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토토로 신부)
  
  예수님사랑^^ (2017/07/05 17: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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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마다 부제님들 사목실습 오시더라구요.

어제 저녁미사에 부제님이 오셔서 미사를 집전 해주셨는데.. 뭐랄까 맑고 순수한 마음?기운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제님과 부제님들의 건강과 축복, 은총을 빌어드렸습니다.

 

부제를 봉사의 직분이라고 하지요.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진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이들이 부제입니다. 그 부제들이 사목실습기간동안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배우고 가면 좋겠네요. 기도 고맙습니다. (토토로 신부)
  
  알파와 오메가 (2017/07/05 20: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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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신부님께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사목 생활은 짧게 하셨지만 그 업적이 한국 교회사의 대들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지금 우리가 신앙 생활 할 수 있는 것도 다 그분 덕이 아닌가 할 정도로요 그분이 안 계셨다면 과연 지금의 한국 교회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합니다 축일을 맞아 다시 한번 성인께 감사와 찬미 드립니다
목숨바쳐 신앙을 지키신 순교자들이 안 계셨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의 복됨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거룩한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우리 신앙을 충실히 지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토토로 신부)
  
  평화를 위하여 (2017/07/06 19: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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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동안 어떤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신부님의 새 글이 올라온것을 오늘 낮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어떤 한 말씀이 제 눈에 들어오는데, 하느님께서 제게 주고싶은 말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글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성소를 충실히 살도록 기도 안에서 힘이 되어 주어요. (토토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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