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이사야서 58장 1~9절)
오늘 독서 후반부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7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떻습니까? 전반부에 나오는 말씀처럼 단식하고 고생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고, 제 일만 찾고, 다투고 싸우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단체에서 보이는 모습이 저에게 약간 그런 느낌을 주었던 거 같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한 자매님이 이제 저희 단체에 식사비가 지원되지 않으니 그 비용에 더 보태서 멀리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생각해 보자고 하긴 했는데 뭐랄까.. 느낌이 ‘우리 고생하는 거 알아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분들이 고생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와서 보고 듣는 것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저에게 처음 건의를 하신 게 한 달에 한 번 있는 강의를 ‘농사철에는 줄여 달라..’ 는 거였습니다. 바쁘신 거는 이해하지만 올 해부터는 교육을 도시로 나가지 않게 되어서 적어도 2~3시간은 절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교육을 더 받으면 어떨까.. 하는 열정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 2시간 교육은 열심히 받자.. 하는 생각이 기본일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거 같습니다. 교육은 안 받을수록 좋고, 있는 것도 그저 모양과 형식만 유지해서 짧게 하는 시늉만 내고 싶으신 거 같습니다.
또 전에 회의 하면서 들어보니 여기는 주일학교 아이들 식사를 구역에서 준비하시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구역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시는 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분들이 없어도 그만인 거 아닌가... 그냥 내가 해 줘도 되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 몇 명 안 되는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인데 하기 싫으신 모양입니다. 횟수가 많으면 부담스럽겠구나.. 할 텐데, 일 년에 기껏해야 한 두 번 돌아오는 일인데도 무척 힘들게 여겨지나 봅니다.
또 성사표를 돌리는 것도 냉담자들 것을 빼고 돌리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저 쉬는 교우는 어짜피 안 나올 사람이야~’ 하고 못을 박아 버리시는 거 같습니다. 그게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니 그런 거 같은데요. 제 생각엔 ‘평소에 관심을 안 가졌으면 일 년에 두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고, 성사표를 전해주는 것을 작은 희생으로 봉헌하고 그분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한 번 두 번 그리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일 텐데, 그러고 싶지 않으신가 봅니다.
그런 모습을 주님께서는 좋아하실까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 우리가 읽었던 말씀대로 주님이 좋아하는 단식은 알아주길 바라고, 제 일만 찾고, 다투고 싸우는 모습이 아닙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 그리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그분이 원하는 단식이고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담자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도움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이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그들을 위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것이 그분이 좋아하는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봉성체를 하면서도 어떤 할머니 집에 갔다 나왔는데 유모차 바퀴가 조금 망가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고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떤 할머니는 봉사자만 있으면 성당에 나갈 수 있을 텐데.. 말하기가 부담스러워 그러지 못하고 계신 거 같습니다. 그분들의 필요를 채워드리고 도와드리는 일이 아마도 주님이 말하는 단식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그 일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가까이 사는 사람일 겁니다. 같은 구역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구역의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누구인지 제일 잘 알겠죠. 하지만 충분히 다가가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텐데요. 우리가 그 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구역 안에 힘들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는가.. 그것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이 그분 보시기에 좋은 일일 겁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사제관에 세콤이 되어 있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세콤키를 갖다 대야 하는데,
한 번은 어머니가 나갔다가 들어오시는데 문을 못 여시고,
비밀번호를 반복해서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런가.. 하고
나가서 보니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속 버스카드를 대고 계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