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월요일(야고보서 3장 13~18절)
오늘 독서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속에 모진 시기와 이기심을 품고 있거든, 자만하거나 진리를 거슬러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러한 지혜는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이고 현세적이며 악마적인 것입니다. 시기와 이기심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온갖 악행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오는 지혜는 먼저 순수하고, 그다음으로 평화롭고 관대하고 유순하며,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그 말씀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이 ‘위에서 오는 지혜에 집중해야겠다...’ 는 것인데요. 그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몇 가지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녀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수녀님에게 사제 연례 피정 때 들은 이야기를 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주교님에게 선물 하나마나, 수녀님들 고해성사 하나마나, 신부님들 피정하나마나...’ 하는 우스개 소리인데요. 마지막에 ‘신부님들 피정하나마나...’ 라는 것이 아마도 신부님들이 웬만한 강의로는 꿈적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수녀님이 ‘이병호 주교님이 계신 교구에서는 사제 연례 피정 때 강사를 부른 것이 아니라 신부님들이 소그룹을 만들어서 강의 대신 말씀을 읽었다..’ 는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거 참 좋은 방법인 거 같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 강의를 듣다보면 귀가 고급이 되어서 그런지, 잘 안 듣게 되고, 판단하게 되고, 지루하게 생각할 때가 많은데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라면 그런 교만함도 판단도 내려놓고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본당에서 성서사십주간을 시작하셨던 어떤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본당에서 자체적으로 성서 사십 주간을 하셨던 거 같은데요.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나눔’을 빼고 읽는 것만 하자.. 고 하셨던 거 같습니다.
신부님이 생각하시기에 신자들이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나눔이고, 또 소그룹으로 나눔을 하다보면 거기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와서 상처받고 힘들어질 때가 있는 거 같다.. 하시면서 성경 읽기에 집중을 하셨던 거 같은데요. 그 모습이 위에서 오는 지혜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예전에 있던 본당에서 친교의 자리가 무너질 때 취했던 일입니다. 신자들 간의 갈등과 상처 때문에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망가졌었는데요. 그 때 들었던 생각이 ‘신안 안에서 정말 해야 할 일들과 기초적인 일들에 집중해야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기도하고, 또 말씀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아마도 그 일이 다른 부딪힘이나 혼란 없이 위에서 오는 지혜에 집중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인간의 말이 들어가면 시기와 질투,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혼란과 악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인간의 말이 아니라 위에서 오는 지혜에 집중한다면 말씀대로 편견과 위선이 없는 자비와 좋은 열매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점심에 새로 온 수녀님과 다른 신자 몇 분과 식사를 하는데
사장님이 샤브샤브에 넣을 고기를 주시면서 썰렁한 이야기를 하셨다.
“(끊는 육수통을 가리키며)고기에 고기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