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4주간 수요일(루카 복음 21장 12~19절)
어제 암에 걸린 사람들이 산 속에 들어가 살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어떤 다큐를
통해 보았습니다. 산속에 머물고, 농사 짓고, 그걸로 밥 해 먹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계셨습니다. 아주 조금씩 말입니다. 그걸 보고 든 생각이 ‘잘라내고 파괴하는
치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는 시간이 걸리는 구나..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일어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다른 말로 ‘소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소화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분주하기만 한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충분히 생각하지 않거나, 시편기도를
바치면서 충분히 음미하지 않고 후딱 해치우거나, 아파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받아들
이고 공감하지 않는 일들입니다. 한 번 다음의 대화를 들어보십시오. 공동체에 관한 워크숍
에서 있을 법한 대화입니다.
【 메리가 말한다. “울면 안 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방금 한 말을 들으니 아버지 생각이 나
네요. 아버지는 알코올의존증환자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만 저를 진심으로 아껴준다
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저와 놀아주는 걸 좋아했거든요. 언제나 저를 무릎에 앉히곤 했어
요. 그런데 제가 서른한 살 때 간경변증으로 돌아가셨어요. 술 때문에 돌아가신 겁니다. 저는
죽음을 자초한 아버지한테 화가 났어요.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저
를 정말로 사랑했다면 어떻게든 술을 끊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
의 죽음과 화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버지의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거 자체가 고통이었는지 어땠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 했
나보다 생각해요. 하지만 저 자신과는 아직도 화해가 안 돼요.” 그녀는 드러내놓고 울부짖으
며 말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못했거
든요. 아버지한테 너무 화가 나 있어서 고마움을 전할 마음도 못 냈어요. 그러다보니 이젠 너
무 늦어버렸지요. 때를 놓쳐버린 거에요. 영원히.”
그의 말이 끝나고 정확히 5초 후에 래리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공동체가 뭔지도 모르는
판국에 어떻게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가는군요.” 그러자 매릴린이 쾌활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 교회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어요. 20명 정도가 매달 마지막 목
요일에 각자 음식을 만들어 와서 함께 저녁을 먹어요.” 이 말에 버지니아가 덧붙였다. “우리
도 군에 있을 때 그랬어요. 몇몇 사람이 우리 숙소에 모여서는 매달 외국 음식을 만들어 먹었
지요. 이달에 멕시코 음식을 먹으면, 다음 달에는 중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으로요. 소련
음식까지 먹었다니까요.”】
어떤가요? 구성원들이 메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거 같나요? 또 메리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줬나요? 그렇지 않은 거 같습니다. 오히려 그 이
야기가 부담스러워서 외면하고 달아났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그런 반응으로는 진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같은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아픔이 충분히 소화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옆에 있어 줘야 진정
한 공동체로 발돋움 할 수 있을 텐데요. 간단한 일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다
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한 번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이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때까지, 그와 함께 머물며 그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옛날에는 신부님이 공소 오실 때
나룻배를 타고 오신 거 같다.
바람이라도 불어서 파도가 치면
옷이 흠뻠 다 젖어가지고 공소에 오셨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비행기는 아니지만 택시를 타고 나니는 거라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