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열왕기 상권 17장 10~16절)
오늘 독서 말씀을 읽으면서 생각난 예화가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이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가까스로 나뭇가지를 잡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죠. “하느님 저 좀 살려주십시
오.” 그러자 하늘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럼 그 나뭇가지를 놓아라.” 그러자 매달
린 사람이 “이거 놓으면 죽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러자 하느님이 “나뭇가지를 놓으래두~”
그래도 그 사람은 나뭇가지를 잡은 손에 힘을 빼지 않고 있다가 결국 탈진해서 죽죠. 그리고
아침에 보니 그 사람이 매달려 죽은 곳이 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는 그런 이
야기가 있습니다.
왜 그 이야기가 생각났냐면요. 오늘 독서에 나오는 과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
입니다. 과부도 뭔가를 움켜쥐고 있었죠. 얼마 남지 않은 밀가루와 기름을 움켜쥐고 있었습
니다. 살기 위해서는 그거라도 움켜쥐고 있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과부가 움켜쥐고 있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그걸 움켜쥐
고 있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그걸 놓으면 더 큰 풍요를 체험하게 될 거다.’ 라고 말씀 하십
니다. 그 말을 듣고 과부는 절벽에 매달렸던 사람과는 달리 양식을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빼
죠. 그리고 더 큰 풍요로움, 곧 양식이 끊이지 않는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나는 뭘 움켜쥐고 있을까.. 뭘 놓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
니다. 두 가지가 떠올랐는데요. 하나는 작업 할 때 형제님들을 통제 할 수 있다.. 는 생각을
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물론 계획과 합의된 약속에 대해서 벗어난 분들에게 ‘그러면 안 된
다..’ 는 표현과 어필은 하겠지만, 계획대로 모두가 따라주고 순종하길 바라는 건 욕심인 거
같습니다. 그걸 놓아야 형제님들과 화합이라는 다른 풍요를 체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사 시간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모두가 잘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잘못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가르
쳐 주는 일은 하겠지만, 미사 시간에 아이가 과자를 먹거나 떠들거나 미사가 끝나지도 않았
는데 나가는.. 그런 일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
오늘도 조용히 독서 말씀에 경청하는데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과자를 크게 소리
를 내어 세 네 번 먹더라고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는데요. 예전 같으면 그 순간부터
화가 나서 이따가 어떻게 혼내줄까.. 하는 생각에 미사가 어그러졌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는 생각을 놓으니까, 그 순간에만 화가 나더라고요. ‘이따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줘야겠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미사에 집중을 했습니다. 아마 그
일이 집중, 몰입, 함께 찬미와 감사를 드림.. 이라는 풍요로움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더 큰 풍요로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미사에 나온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강론 시간에 엎드려 잤다.
미사가 끝나고 그 어머니와 아이를 태워 식당으로 가는데,
어머니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신부님이 강론하시는데 잘 들어야지 자면 어떡해?
엄마 봐 엄마도 경청해서 잘 듣잖아~”
그러자 아이가 물었다.
“신부님이 무슨 말씀 하셨는데?”
“ ... ”
“왜 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