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목요일(루카 복음 5장 1~11절)
어제 지구 사제 모임이랑 공소 건축 일 때문에 인천에 나갔다가 오늘 섬에 들어왔는데요. 들
어와서 보니 여러 가지 서류들과 주보가 문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보통 목요일마다 주보
에 실을 내용들을 확인하는데요.
이번 주 내용을 보니 한 달에 한 번 있는 재정보고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 본당
재정이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건축 모금이 얼마나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기억
할 수 있는데요. 전체 모금된 액수를 보고나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와 같은 반응이 저
에게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저도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모금 된 큰 금액을 보고 ‘놀랍다...’ 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
면 제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 모금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공소를
짓겠다...’ 고 확정하기 전에 ‘신자들과 노력하면 1년에 얼마 정도를 모금 할 수 있을까?’ 하
는 것을 혼자 계산해 보았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본당에 나가서 모금할 수 있는 금액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당시 계산으로
는 ‘일 년 열심히 나가면 이천만원 정도 되겠다..’ 하는 계산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나
가는 본당에서 2차 헌금을 걷어 가라고 했었는데, 그 금액이 대략 100~150만원 사이였거든
요.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모금을 나가면 일 년에 이천만원 정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있
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예상 밖의 도움과 후원이 참 많았던 거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
오는 베드로와 동료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많은 물고기를 건져 올린 것처럼, 저와 공소 식
구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분들에게 많은 도움과 후원을 받았고,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이런 일들도 있구나..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구나...’ 하며 놀랐던
거 같은데요.
놀라움과 동시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하는 죄송스러움과 부담감이
함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도 거저 받은 많은 물고기 앞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거 같은데요.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요구하신 일은 ‘나의 제자가 되어 나
의 일을 해 주어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라.’ 하는 것이었고, 베드로와 동료들은 그 부르
심에 따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저와 공소 신자들에게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말씀
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 빚진 마음이 드느냐... 그럼 나의 일을 도와주거라. 섬
안에 냉담 하는 이들과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을 신앙으로 건져 올리기 위한 일에 힘쓰고, 또
하느님의 사랑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 사랑을 전하 거라.’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그분이 보여주신 놀라운 일에 대한 응답이고, 빚진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바지를 다 빨아서 동기 신부가 준 허리가 큰 바지를 입고 집에 갔다.
그랬더니 누나와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여름에 고생해서 말랐나보다. 바지가 저렇게 헐렁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