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목요일(마태오 복음 16장 13~23절)
예전에 선배 신부님이 저에게 ‘주임 신부가 돼서도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는 잘 지키고 살
아라...’ 하고 이야기 해 주신 것들이 있습니다. 뭐냐면요. 사제관에 있는 거랑 미사 시간 늦
지 않는 거, 그리고 20~30분 전에 고해성사 들어가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건 정말 기본적인 거고 대단한 일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있었
는데요. 신부님의 삶을 보면 ‘신자들은 그 기본을 잘 해 나가는 신부를 신뢰하는구나.. 믿어
주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명심하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지난번에 지구 모임을 했을 때 섬에 계신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전에 선배 신부님에게
서 들었던 이야기가 맞는 거 같다...’ 하는 느낌이 다시 들었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계신 섬에 포탄이 날라 와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건물들이 많이 망가지는 일
이 있었는데요.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섬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대피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
도 그 행렬에 잠시 합류했던 거 같은데요. 대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드셨답니다. ‘내가 신자들
을 두고 어딜 가겠나...’
그래서 다시 사제관으로 돌아와 사제관을 지키시고 본당을 지키셨다고 합니다. 그 뒤로 신자
들의 시선과 마음에서 ‘우직한 신부가 곰같이 사제관을 지키고 본당을 지키는구나..’ 하며 더
믿어주고 마음을 여시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그 본당의 신자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리를 지키는 그 반석과 같은 신부님 위에
자신들의 삶이라는 돌을 하나하나 더해 가리라 생각합니다. 반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텐데요.
본당에서도 보면 반석과 같은 역할을 해 주고 계신 신자분들이 계십니다. 덥고 할 일이 많아
도 주일 미사를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신자 분들, 지팡이를 짚고라도 성당에 와서 평일
미사의 빈자리를 지키시는 신자 분들, 힘들다고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레지오 단원의 자리를
지키시는 신자 분들, 그리고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청소와 건물 관리하는 자리를 묵묵히
지키시는 신자 분들.. 제가 보기에 그분들이 저희 본당에 반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공동체의 건물을 더 쌓을 수 있고 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떠나
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그런 신자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자리를 지키시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일 미사 때나, 레지오 모임에 참관했을 때나, 같이 봉사할 때... 반석과 같은 신
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느낌이 있는데요. 그 느낌이 오늘 복음에 표현되어 있
는 거 같습니다.
이 반석 위에 ... 교회를 세울 터인즉
우리 성당의 반석과 같은 분들.. 그 분들 위로 조금씩 우리 교회 공동체의 건물이 지어지고
완성되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반석과 같은 굳은 의지로 내 신앙의 자리를 지켜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10년만의 냉담을 풀고
고해성사를 본 자매가
‘보속으로...’ 하는 신부님의 말에,
‘보석? 반짝이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