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간 화요일(사도 행전 11장 19~26절)
지난 토요일에 국수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모금 나갈 준비를 하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식당을 하시는 사무장님 어머니께 부
탁해서 먹고 나가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무장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오늘 식당을 하시는지... 하시면 국수를 준비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사무장님은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국수 준비해 달라고 할께요~’ 하셨습니다.
그래서 짐을 다 챙겨서 식당으로 갔습니다. 시원한 국물과 국수를 생각하면서 식당에 들어갔
는데, 눈앞에는 국수가 아니라 따뜻한 김치찌개가 끓여지고 있었습니다. 사무장님 어머니 말
로는 식사 하셔야 될 거 같아서 밥을 준비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해석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약간 상했습니다. 국수가 없다는 실망감도 조
금 있었죠. 그래서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자매님, 다음부터는 제가 주문한대로 준비해 주세
요~” 그리고 밥을 맛있게 먹었는데요.
먹는 중에 자매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신부님, 사실은 제가 아팠어요. 그래서 식
당도 못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국수는 준비 못 해 드리고 있는 밥이랑 반찬을 준비한 거
에요...” 그 이야기를 듣고 오해할 뻔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도 들고, ‘그 동안 자매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에 반성도 되더라구요.
요즘 제가 저 스스로를 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제대로 되었나 안 되었나..’ 하는 관리
자의 모습은 많은데, 돌보고 치유하는 목자의 마음은 부족한 거 같다.. 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 번 판공 때 제 시선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봤는지 보지 않았는지
에 주로 가 있었습니다. 생각과 행동도 고해성사 보는 수를 늘리는 쪽으로 기울어졌었죠. 그
런데 목자의 마음으로 신자들을 바라보았다면, 죄로 기울어지는 양떼를 보고 마음아파하며
그가 진정으로 통회하기를 기도하고, ‘어떻게 하면 그가 진정으로 통회하여 주님께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겁니다.(물론 제 자신도 포함되죠...)
또 목자의 마음이 있었다면 ‘레지오의 출석률이 얼마나 되나... 작업에 나왔나 안 나왔나...’
하는 것 보다, ‘그가 얼마나 복음화 되었나.. 말씀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간직하고 삶으로 살
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나...’를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관리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주님께로 돌리고 이끄는 것
은 목자의 따뜻한 손길과 돌봄인 거 같습니다. 오늘 독서 중간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의 손길이 그들을 보살피시어 많은 수의 사람이 믿고 주님께 돌아섰다.
보살피는 손길.. 그 손길이 힘들고 지친 영혼들을 돌보고, 주님으로부터 멀어진 영혼들을 주
님께 돌아오게 하는 데에 더 큰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오늘 하루, 목자의 마음으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작은 도움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옆 본당에 있는 동기 신부랑 같이 교구청에 가려고,
그 신부가 사는 사제관(아파트) 앞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내렸다.
문이 열려 있길래.. ‘내가 온다고 문을 열어 놨나...’ 하고,
들어갔는데, 신발이 많고, 못 보던 자전거가 있다.
‘친척들이 왔나..’ 하며 들어갔는데,
낯선 아줌마가 보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제관 아닌가요?’ 하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내려와 보니 옆 동에 올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