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백인대장
루카복음 7장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인간적인 면으로나 신앙적인 면에서 참으로 귀감이 되는 인물입니다. 그의 말투, 행동 하나 하나가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갸륵하고 기특했던지 엄청난 강도의 극찬을 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루카복음 7장 9절)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청하는 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아들이나 딸, 가족이 아니라 거느리고 있던 노예의 치유를 간곡히 청했습니다. 당시 사람들 머릿속에 노예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가축처럼 시장에서 매매가 될 정도였으니 그들의 처지가 어떤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자신의 노예를 살려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이처럼 그는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사람,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백인대장이 예수님을 향해 지니고 있었던 겸손의 덕은 또 얼마나 대단한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루카복음 7장 6~7절)
거기다 예수님을 향한 강렬한 믿음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예수님께서 그토록 흡족해하셨던 것입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루카복음 7장 7절)
참 신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 믿음, 사랑, 겸손의 덕을 완벽히 지니고 있었던 백인대장을 바라보며 그 무엇 한 가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부끄러워합니다.
소위 ‘갑질 문화’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갑질은 폭력 중의 폭력입니다. 한 사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고 피폐하게 만들기에 앞장서서 근절해야 할 악덕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교회 안에서도, 우리 가운데에도 갑질이 독버섯처럼 자라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갑질입니다. 이제는 사라져야할 저질 문화가 아직도 우리 사이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누군가의 갑질로 인해 무너져 내린 자존감과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더러운 갑질로 인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됩니다. 어떻게 한 인간 존재가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하느님의 모상인 또 다른 한 인간 존재에게 그리도 큰 수치와 굴욕감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겸손한 태도,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이 데리고 있던 노예의 치유를 청하는 백인대장의 인간 됨됨이가 세월을 건너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