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주방에 섰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오징어 손질
하얀 상자안에 얼음위에 놓여진 오징어 녀석
하나를 집어 푸른 도마위에 올려 놓고 손질 시작....
그러고 보니
요 녀석!
총명한 눈을 가졌네!
푸르고 넓은 바다를 헤어치며 다녔을텐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노!
용소막 성당 넓은 뜰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소임받아 온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하느님 앞에서 이 녀석과 난 같은 피조물
이 녀석도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바다에서 주어진 몫을 다 하다 왔겠지!
요녀석 내가 맛있게 요리해주마!
오랜만에 주방에 서니 활기를 느끼는 것 같다
머리 쓰는 일만 하다가 이런 단순한 일을 하게 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 은혜로운 사순시기에
오징어 녀석!
요 녀석은 제몫을 다하는 모습인데
난 지금 하느님께서 주신 몫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이 된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길은 내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이사야55,8-11)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나를 통해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하시도록 지금 이 은혜로운 시기에 정신차려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고, 가까이 계실때에 그분을 불러야 겠다.(이사55,6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