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깨어나게 한 우리 아들딸들아!/시:지 요하 막시모

원요아킴님 2014-05-11 22:50 ... 조회(194)
  이 게시글이 좋아요 싫어요

세상을 깨어나게 한 우리 아들딸들아!

 

 

 

4월의 봄꽃들 같았던 아들딸들아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꽃피는 4월 한창에

봄을 훼방하는 검은 악귀들이 숨어 있었음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다

조선왕국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여객선이

일본에서 사들인 노후선이라는 것을,

전임 대통령 이명박이

선령 제한 20년을 30년으로 늘여놓은 것을

까맣게 몰라서 미안하다

돈밖에 모르는 자본의 탐욕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선체를 무리하게 개조한 사실을

까맣게 몰라서 미안하다

오로지 수익만을 위해

화물을 적정량보다 세 배나 싣고

평형수를 줄여 복원력을 상실한 배가

빙판길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위태롭게 항해하는 사실을

까맣게 몰라서 미안하다

안개 때문에 늦게 출항한 배가

30분을 벌충하기 위해

위험한 지름길 항해를 감행하는 것도

까맣게 몰라서 미안하다

관제소의 늦장 연락을 받고

단 한 척 출동한 해경 경비정이

선실 안에 갇힌 너희들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저 자본의 눈 먼 탐욕과 한통속이 되어

안전점검과 관리감독의 책무를 방기해버린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타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살아서 미안하다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소리만 주절대고

구조 시간을 다 흘려버리며 우왕좌왕하기만 한

미숙한 정부의 태만과 무능을

눈뜨고 지켜보기만 해서 미안하다

암군 선조와 이승만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

수많은 생명을 배 안에 가둬놓고

저만 살겠다고 배에서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

그 비겁함과 무책임함의 토대인 대한민국의 사회구조,

오늘의 야만적인 사회를 만드는 일에

나 또한 이용당하거나 무관심하였기에,

또는 용인하였거나 직간접으로 관여하였기에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사회정의가 실종된 풍토

민족정기와 고유의 직업정신들이 소멸된 나라

4년 전 천안함 사고 때

군인정신을 내팽개치고 스스로 패장임을 증명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던 군인 아닌 군인들

패장임이 증명된 덕에 오히려 승승장구한

가치전도의 표상들

비겁함과 무능함과 무책임함이 오히려 득이 되는

혼돈의 사회구조 속에서

세월호의 야만적인 항해가 가능했기에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미안하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세월호의 위험을

눈치 채거나 미리 알았더라도

항해를 막기보다는 모른 척했을 거라는

나 자신의 비겁함과 나약함 때문에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가슴 치며 눈물 흘리는 나 자신이 바보 같아

미안하다는 이 말도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자본의 탐욕과 결탁하여 경제제일주의에 발목을 묶고

창조경제라는 거짓 주술에 빠져

필요불가결한 규제들마저도 원수라 부르고 암 덩어리로 비유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저 천박한 권력을 용인해주고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오로지 권력만을 위해 불법부정선거를 감행하고

국민이 피와 눈물로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압살하기 위해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는 신유신정권의 폭주를

두 눈 뜨고 보기만 해서 부끄럽고 미안하다

저 1970년대의 문방구 실로폰으로

주구장창 종북타령이나 읊어대며 설치는

저 휘광이춤을 참고 보기만 해서 미안하다

개조되어야 할 대상이 국가개조를 운위하는 세상

진실을 가리고 권력의 충견 노릇에만 열중하는 공영방송들

검찰 경찰 언론 등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는 현실이

너무도 암울하고 부끄러워 더욱 미안하다

봄꽃들이 만발하는 4월 한창에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동요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거짓 방송에 속아

선실에 갇혀 바다 속에서 숨져간 아들딸들아

우리 가엾은 아들딸들아

이 땅의 모든 어버이들이 슬프고 참담한 마음으로

서로서로 미안하다는 인사를 나누며

너희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너희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길은

너희들을 죽음으로 내몬

언론독재와 자본독재, 검은 권력의 쇠사슬을

이 세상에서 과감히 끊어내는 일임을

오늘 새로이 뜨겁게 되새기며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가엾은 우리 아들딸들아

세상을 깨어나게 한 아들딸들아

저 하늘에서는 영생불멸하는 꽃으로 피어나기를

두 손 모아 눈물로 축원한다!

아 멘!

 

카카오스토리에서 공유하기 페이스북에서 공유하기 네이버 밴드에서 공유하기 트위터에서 공유하기 Blogger에서 공유하기


  댓글 쓰기

 
로그인 하셔야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여기를 눌러 로그인하세요.
 


목록

 

본 게시물에 대한 . . . [   불량글 신고 및 관리자 조치 요청   |   저작권자의 조치요청   ]
| 마리아사랑넷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보호정책 | 메일추출방지정책 | 사용안내 | FAQ | 관리자 연락 | 이메일 연락
Copyright (c) 2000~2025 mariasarang.net , All rights reserved.
가톨릭 가족공간 - 마리아사랑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