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씨의 동화 - 살아있는 구유

토토로 신부님 2016-12-27 23:50 ... 조회(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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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묵상글 대신에 돌아가신 정채봉씨가 쓴 동화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냥 재미로 읽는 동화가 아닌 생각과 묵상 거리를 주는 동화입니다. 제목은 '살아있는 구유'입니다. 
 
++ 왕이 있었다. 왕은 방을 써서 나라의 곳곳에다 붙였다. 
 
'섣달은 별이 내리는 달이다. 각자가 별을 받을 구유를 하나씩  지어와서 심사를 받도록 하여라. 살아 있는 구유로 판정이 내려진 사람에게는 상을 주겠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유를 만드는 데 정신이 없었다. 서로가 더 나은 구유를 만들기 위해 재료 경쟁이 치열했고 솜씨 싸움 또한 볼 만하였다. 종을 지을 때처럼 주물로 구유를 빚는 부자도 있었고 대리석으로 구유를 조각히는 예술가도 있었다. 
 
어떤 권력가는 몇 백 살이나 먹은 향나무를 도벌해 와서 구유를 만들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치장 붐까지 일어나서 구유에 금도금을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다. 그리고 안쪽에 비단을 대어서 우아하게들 꾸몄다. 
 
심사일이 다가오자 응모자들은 모두 들떠서 술렁거렿다. 전시장에다 각자가 만들어 온 구유를 내다놓고 가슴을 조였다. 왕이 몸소 전시장에 와서 구유를 살폈다.  
 
그런데 왕의 심사방법이 아주 특이했다. 가슴 속에서 빛나는 별을 꺼내어 구유에 살며시 놓아보는 것이었다. 왕은 주물로 빚고 금도금을 한 구유 속에다가 별을 놓았다. 그러자 별은 구유 속에서 이내 굳어져 쇠인형으로 변하였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는 대리석 앞으로 갔다. 별을 꺼내어서 대리석 구유 속에 넣었다. 그러자 별은 돌이형으로 변하였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향나무로 구유를 만든 권력가의 가슴이 부풀었다. 이제 자기의 구유에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이 가까이 오자 그의 호흡은 심하게 거칠어졌다. 왕이 자기의 향나무 구유에다 별을 놓을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애석한지고! 별은 향나무 구유에서 조차 볼품없는 인형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인형이라는 것일 뿐. 
 
별이 변하기는 어느 구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쇠로 빚은 구유에서는 쇠인형으로, 돌로 만든 구유에서는 돌인형으로, 그리고 나무로 만든 구유에서는 나무인형으로 뻣뻣해지곤 했다. 
 
궁으로 돌아가려던 왕은 문득 군중 틈에서 멈칫거리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왕은 조용히 말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리 나오너라." 
 
소녀는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사는 넝마주의였다. 소녀는 날마다 쓰레기더미에서 차마 버리기 아까운 헌 나무를 주워 잇대어서 만든 구유, 조각천을 이어서 바닥에 깐 작은 구유를 안고 있었다. 왕은 넝마주의 소녀의 그 가난한 구유 속에 별을 놓았다.
그러자 보라! 갑자기 별이 숨을 쉬면서 거룩한 아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왕은 기쁨에 넘쳐서 말했다. 
 
"이리들 오라. 이 가난한 소녀의 구유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유의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유의 마음이 중요하다. 형식의 구유에서는 인형으로 있는 별도 정갈한 마음의 구유에서는  거룩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 태어남이 진짜인 것이다." 
 
##  형식이 마음보다 중요한 것처럼 되어버린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습니까?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는만큼 내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기를, 기도를 하는 만큼 내 주변을 살피며 선행을 실천할 수 있기를, 미움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성모송 한 번 바칠 수 있기를, 판단하고 질책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주님의 은총을 청하고 또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신앙인의 '형식'보다 신앙인의 '마음'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요?  
 
인간의 능력보다 인간의 마음와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려는 작은 노력을 먼저 보시는 하느님께 여러분을 선물로 드립시다. 일치와 연대의 마음으로 하나되어 함께 실천한다면 신앙 안에서 누리는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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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럽유모바일에서 올림 (2016/12/28 13: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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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아니라 마음을 보신다....★

신부님! 저도 위 경우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이번 성탄미사에 참례하지 못했습니다. 전부터 가려고 결심했으나 가기 직전에 저한테 일이 생겼습니다. 기대가 컸는데 못 가게 되어 마음이 서럽더라고요. 십자고상의 발을 만지며 예수님께 경배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고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진짜 너무너무 속상했어요ㅠㅠ
그래서 어제 저녁 평일미사에 참례하여 뒤늦게 아기 예수님께 인사드렸고 구유가 너무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미소가 지어졌어요. 대신 성체는 못 모셨구요. 유난히도 추웠던 어제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에 파이팅이 넘쳤습니다ㅎㅎㅎㅎ
그리고 집에 도착했더니 평소 무뚝뚝해서 말도 없고 무심한 저의 오빠가 뜬금없이 피자를 사와서 거실에 한 상 차려놨더군요. 저 먹으라고... (오빠가 냉담 중이긴 한데, 그래도 어렸을 때 세례는 받아놨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님.. 당신이시군요..'

거실에 걸려있던 십자고상의 예수님께서 저를 향해 미소를 지으시는 듯 했습니다.

성탄미사라는 형식은 못 지켰으나 대신 평일미사 참례라는 마음을 보신 예수님께서 속상한 마음이었던 저에게 피자라는 별을 놓고 가셨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ㅋㅋㅋㅋ
(너무 자화자찬에 끼워맞춘 이야기로 들리셨을까 싶은데 신기한 경험이어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영적 자만심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마리아 자매님 생각처럼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 발 앞에 엉엉 울던 한 영혼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직접 눈에 보이는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늦게나마 당신을 만나러 온 자매님께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느님의 은총은 일상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본인이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체험했다면 그건 엄청난 기적의 체험이거든요. 예수님은 언제나 자매님과 함께 계십니다. 두려워말고 용기를 내세요~~ (토토로 신부)
  
  Esther**모바일에서 올림 (2016/12/28 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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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것 다 아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
작은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
하느님은 그 누구보다 자매님을 아껴주시고 챙겨주시는 분이시기에 그 분의 자비와 은총을 믿고 오늘도 내일도 기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늘 함께해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토토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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